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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Nov 08. 2022

용돈을 꼭 줘야 할까?

경제교육 = 용돈?

초등학생 경제 교육 책을 보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용돈을 주고 아이가 직접 관리하도록 하라고 한다. 돈의 사용을 계획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보고, 기입장을 쓰면서 내 소비를 점검해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용돈을 주나 주지 않으나, 아이들이 돈이 없어서 부족한 상황을 겪을 일은 거의 없다. 준비물이나 필요한 물건들, 심지어 친구 생일선물까지 부모가 알아서 모두 사주니, 아이들의 용돈은 기껏해야 계획적인 군것질에 사용될 수 있으려나?


생각해보니 군것질에 용돈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코로나 전에는 돌봄 교실에서 간식을 줬기 때문에, 저학년 때는 군것질도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엄마나 할머니, 이모님 또는 학원에서 시간 딱딱 맞춰 픽업을 오기 때문에 사실 용돈이 있다 해도 사용할 시간이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첫째의 경우 저학년은 자연스럽게 용돈 없이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둘째는 달랐다. 큰 아이가 고학년이다 보니, 별도 픽업 없이 각자 알아서 시간에 맞춰 방과 후 수업을 가거나 학교 앞에 학원을 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일정을 약간씩 밀고 당기며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되었고, 그 시간에는 놀이터나 편의점으로 발걸음이 이어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편의점에 가면 젤리나 사탕 같은 군것질이나 하겠지 싶었는데, 의외의 효과가 나타났다. 천 원이면 뭘 사 먹을 수 있는지, 평소에 먹던 그 과자가 편의점에서는 2500원이나 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아, 더불어 T머니로 편의점에서 구매도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작은 편의점에서 아이는 주옥(?) 같은 소비의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날 아침 배고프면 뻐카(버스카드) 충전해서 사 먹으라고 아침에 만원을 내밀었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뻐카로 사 먹으면 얼마나 사 먹는지 몰라서 많이 사게 되니까 그냥 2천 원만 줘' 세상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 통제를 하더라. 너무 신통방통 기특하여, 즉흥적으로 3천 원을 줘버렸다 ㅋㅋ 그 외에도, 급식이 너무 맛없는 날에는 5천 원이면 편의점에서 뭐랑 뭐랑 먹으면 맛있는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고, 2개를 사면 1개를 더 주지만 돈은 3000원을 내야 하는데 그럼 한 개만 사 먹는 게 더 좋은 건가?를 고 자그마한 머리로 고민하기도 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용돈을 주냐고? 대답은 'No'다.

시도는 여러 번 했었다. 일주일에 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쓸 일이 없어서 어느새 그 만원이 아까워져 용돈주기가 흐지부지 돼버리기도 했고, 방을 치우면 1000원, 책상 치우면 500원, 신발장 정리하면 300원을 주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전혀 호응이 없어 결국 이 제도는 나를 위한 것으로 밝혀지며 흐지부지 되었다.


아침에 나가면, 하루 일과가 6시나 7시까지 이어지는데, 중간에 배고플까 봐 어쩔 수 없이 천 원이나 2천 원을 손에 쥐어주게 되더라. 물론 과일이나 빵을 싸주면 좋은데, 요즘엔 먹을 데가 있어야 먹기 때문에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인지, 짠한 것인지, 내가 평소에 마트 갈 때 대략적으로 필요한 목록을 적어가고, 물건을 구매할 때는 어떤 것이 더 싼 지 내 큰 머리로 하도 망설여서 그런지 아이들도 있는 대로 써버리지 않고, 아껴가며 사용한다는 것이다(나를 칭찬해


다시 귀소본능을 발휘하여 '용돈을 줘야 하나'로 돌아가 보면, 경제교육을 위해 일부러 용돈을 정해 주고 그 안에서 계획을 짜서 소비하게 하고 용돈 기입장 쓰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문구점 편의점을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이 얼마 하는지 알게 하고 직접 사 보게 하는 것도 못지않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부작용으로는, 사행성에 노출이 된다는 점? 우리 둘째는 흘러 흘러 저 멀리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 뽑기까지 손을 댔는데, 허무하다는 것을 늘 깨달으면서도 돌릴 때의 기대감과 설렘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건 그냥 경제교육 비용으로 일단 모르는 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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