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노? 맥날? 베라? 무인과자점...
나 고등학생일 땐 독서실에서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지하에 노래방, 1층이 커피숍, 2층이 PC방 3층이 독서실인?ㅋㅋ 요즘에는 스터디 카페라는 곳에서 고등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한다더라. 차 한잔 시켜놓고, 시간 단위로 돈을 낸다고... 독서실보다는 훨씬 비싸더라.
스터디 카페에서 이성친구랑 같이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시험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러겠지... 필요한 것 말만하면 돈이 딱딱 떨어지는 고등학생이 어딜 못 가겠나. 문제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은 어디서 노나?
집에 데려오자니 엄마가 좀 부담스럽다고 하고, 그렇다고 밖에서 만나자니 마땅히 갈 데가 없고... 그러니 놀이터 그네나 공원에 모이게 되나 보다. 그것도 학원 끝난 어둑한 밤에 추우니까 후드 쓰고 키득 거리며 삼삼오오 모여있으니, 어른 눈엔 딱 비행청소년이 떠 오르는게지.
우리 딸이 어디서 만나서 놀지? 하는데 나도 뾰족한 곳이 떠오르지 않아서 고작 말 한 곳이, 맥도날드, 베스킨, 코인 노래방이었다. 허허... 딸 아이 씁쓸하게 하는 말이, '다 돈이 드네, 그냥 만나서 얘기하고 놀고 싶은데 이제 돈이 필요하구나' 틀린 말이 하나 없다.
돈을 내고서라도 적당한 곳이 있다면 좋은데, 어디를 가든 고학년은 애매한 나이더라. 그 때 머릿속에 중학생 아이들이 모여있던 곳이 떠올랐다. 바로 무인 과자점! 생각해 보니 무인과자점이나 무인카페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과자도 돈 없으면 하나만 사먹고 주구장창 머물고 수다를 해도 나무랄 어른도 없는 마음 편한 자기네 세상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아직 어른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고안해 낸 곳이 무인 가게라니 딱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중학교 때는 시험 끝나면, 와서 놀으라고 허락해주신 엄마가 한 분 있으셨는데,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내가 아이를 키우는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남편은 물어보니, 주구장창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고, 당구장(?)도 가고, 인터넷 카페(PC방 시초)에 다녔댄다. 요즘은 하교시간 이후에는 학교 문을 걸어잠그니, 운동장 공놀이마저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마음 같아선, 현관에 제일 가까운 방을 사랑방으로 만들어, 필요할 때 와서 놀다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우리 아이도 무인 카페로 가야하나. 날 좋은 때는 밖에서 배회해도 상관 없다지만, 춥고 더운 날은 일단은 도서관에 가서 휴게실로 가라고 일러두었다. 도서관에서 수다 떠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그 중에서도 휴게실을 찾아가라고 했더니 거기서도 뭘 사 먹어야한다나; 도대체 고학년은 어디서 노나요...
아파트 벤치에 앉아있는 중학생들을 보면, 전에는 집에 안 가고 저기서 도대체 뭐하나 싶었는데, 어디 돈 쓰는 곳에 가지 않고(못 하고?) 벤치를 택한 그들을 이젠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