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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통샤인머스캣 Feb 11. 2021

옆집 정신과 의사의 브런치, 불고기

이번에도 눈물이 나올 뻔했다.

지난번 돼지고기 수육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오늘은 소고기 요리에 도전했다. 다시 지평을 넓히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며. 출발은 순조로웠다.  


퇴근 전 롯데백화점 정육코너와 마트에서 식재료를 관찰하며 자유 시간을 가진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 곳은 나와는 별로 와 닿지 않은 일상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새로운 메뉴에 대한 영감을 받는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 같은 곳이기도 하다. 물론, 새로운 메뉴에 독창적인 레시피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고작 이번 주는 무엇을 해볼까 하는 정도. 검색할 수 있는 메뉴가 떠오르는 그런 곳. 그래도 신선하다.


 애당초 소불고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불고기를 1+1으로 판다길래. 하나만 산 것이다. 마트 직원분이 그냥 양념장이 다 되어 있어서 볶으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솔깃했다. 


 얼마나 익혀야 돼요? 중불에 그냥 익히면 된다고 한다.

 

 검색을 하니 불고기 레시피가 몇 개 있었다. 언양식 불고기, 광양식 불고기, 한양식 불고기.

 내가 산 것은 한양식 소불고기. 양념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익혀서 먹으면 되는 거였다. 


 왠지 재료들이 조금 부실하게 들어간 것 같아서. 볶기 전에 대파를 썰어 넣었다. 요즘 요리하는 것이 즐겁다 보니 과한 시도를 하게 된 것일까. 불고기 요리에 과일을 갈아 넣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때 마침 배가 있었다. 배즙을 갈아 넣으면 달달한 한양식 불고기가 되겠지.


왠지 모든 것이 그렇게 순조로워질 시점에 

그런데 배즙은 언제 투입해야 되나? 모르겠다. 이걸 다 넣으면 될까? 조금 많은 것 같은데. 얼마까지 익혀야 했나? 익은 게 맞나?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을 했었어야 했다. 


조리 후기

'어 모르겠는데' 고민하는 사이, 소불고기는 그렇게 익혀졌다. 

고기 맛보다 배맛이 너무 두드러진 그야말로 새로운 맛의 탄생. 이럴 때 혁신적인 것은 어울리지 않다. 아니 부적절하다고 해야 할 듯싶다. 너무 달았다. 먹으면서 과도한 재료들의 투입으로 소불고기 본연의 맛을 잃은 듯한 그렇게 뼈아픈 성찰을 해야 했다. 

한층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던 한양식 불고기 요리. 배즙의 준비로 기대감은 최고조였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의욕이 너무 앞선 걸까? 배를 너무 갈아 넣었던 것이 패착의 요인인 듯 보였다. 혹평이 쏟아졌다. 가족들이 이건 다 안 먹겠다고 했다. 그나마 조금 했으니 다행이다. 가족들의 기대치가 지난번 수육 요리로 너무 올라간 것이리라. 그래도 내가 다 해결한다. 그것도 깨끗이.


  다음번에 생생정보통 대박 소불고기 요리로 양념장까지 만드는 것으로 만회하겠다. 아니면 불고기버거로 승부수를 띄워보겠다. 당근을 채로 썰어서 넣었어야 했는데. 아니면 배즙 말고 사과즙을 넣었어야 했나. 키위즙을 갈아 넣었어야 했나? 자꾸 반추하게 된다.

 

 라면만 끓일 수 있다면,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오늘은 차마 하지 못하겠다. 


 뼈아픈 눈물을 흘리며, 갑자기 공황이 올 때, 유용한 팁을 소개한 칼럼을 링크해 둔다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4144927&memberNo=23841638&navigationType=p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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