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는 독백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가는
김소월 시인의 한맺힌 절규와 함께 감상하고 싶은 작품은 뭉크의 <절규>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일몰 무렵의 절규를 그렸다는 공통점에도, 두 작품은 사뭇 다르게 다가오네요.
뭉크가 평온한 세계 속 갑작스러운 불안을 자신의 내면을 향한 단말마의 비명으로 그려냈다면, 김소월이 토해낸 고독한 절규는 16줄에 걸쳐 반복되지만, 세계 속으로 이내 흩어지고 맙니다.
절규끝에 선 채로 돌이 되는 김소월 시인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문득,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떠올랐습니다. 부단한 노력이 야속하게도, 흐르는 시간 앞에 결국 무릎꿇게되는 설움.
거스를 수 없는 자연법칙들처럼, 꿈꿔오던 사랑의 이상향은 현실의 벽을 부딪히곤 하는데요. 다음 편에선 사랑과 현실의 괴리의 측면에서 시와 함께 감상해볼만한 작품들을 다루려 합니다.
설움에 겹도록 불러본 이름이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