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암송하면 5천원을 주겠다던 아버지의 말에 냉큼 외운 이후로, 이따금씩 부끄러운 과거에 울먹일 때면 윤동주의 서시가 떠오릅니다.
시 속 구름 한 점 없이 검푸른 밤하늘은 맑은 거울이 되어 오점 투성이인 그의 지난 날을 비추고, 자그마한 잎새에 살랑이는 바람조차 큰 떨림이 되어 그를 괴롭게합니다.
괴로움 속에서도 그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생명을 향한 사랑의 길을 다짐합니다.
그 와중에 별조차 바람에 스치우네요.
별 주변엔 공기가 없는데, 어떻게 산들바람이 별을 흔들 수 있을까요? 흔들리는건 별을 바라보는 눈 위에 맺힌 눈물이구나란 생각으로 이어진 뒤론 그가 함께 울어준다는 생각에 적잖이 위로가 됐습니다.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건네받은 위로를 고이 접어, 악수로 건네어봅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것을 보면, 윤동주의 삶도 퍽 순탄치 않았던듯한데, 어떻게 그런 와중에도 사랑을 다짐할 수 있었을까요?
이미 세상을 등진 그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유고시집의 제목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그 비밀을 찾게됩니다.
‘하늘’과 ‘바람’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길을 걷는 그의 삶은 자체로 한 편의 ‘시’가 됩니다. 이 시가 서시(序詩)란 이름으로 시집의 맨 앞에 실린 게 우연은 아니겠지요.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조지훈, [승무]
바라건대는 세사에 괴로워 눈물짓는 마음들의 번뇌가
한 편의 시로, 여승의 춤사위로 말미암아
별빛이 되고 사랑이 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