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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 Apr 26. 2024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나이키 런 클럽- 남산 둘레길 러닝 

나이키 서울 런 클럽. 


B언니의 제안이었다. 이벤트에 참여하자는 건. 늘 여러 가지 러닝 관련 이벤트나 소식을 주고받는 단톡방이지만 나와 B언니, A님, 그리고 T님 이렇게 넷이서 사적으로 모이는 건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잘 시도하지 않는 6:00/1KM  페이스에, 업힐이 많다는 남산 코스. 두려움에 언니오빠들에게 징징댔지만, 그건 누구보다 이벤트를 기대하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B언니의 지인인 M언니까지 총 다섯 명이 모인 오늘. 명동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사람들이 매장 이곳저곳을 지나쳐가는 가운데에서 스트레칭 세션이 시작됐다. (나는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 대목에서 혼자는 절대 참여하지 못했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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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남산 코스 초반까지 6:00 페이스도 나름 괜찮은데..?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오만이자 실수였다. 남산의 업힐을 얕보았던 것이다. 180을 넘나들던 심박수가 190을 찍더니 양쪽 손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다리도 아니고 손목이랑 팔이..? 뒤돌아 생각해 보면, 정말 온 힘을 다한 탓인 것 같았다. 


업힐의 끝을 코앞에 두고 나는 뒤쳐졌다. A님이 포기하지 말라고 뒤에서 밀어주었음에도, T님이 응원의 말로 북돋아 주었음에도. 오버페이스에 업힐.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이른 뒤쳐짐이었다. 업힐에서 완전히 에너지를 다 소모해 버린 나는 혼자 천천히 달렸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최선만 다하자.


그렇게 한참을 혼자 달리고 있는데, 어느 지점에서 T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 배려 깊은 사람. 

다른 사람 페이스는 신경 쓰지 마.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가는 거야-

T님과 함께 천천히 달렸다. 흩날리는 벚꽃을 여유롭게 구경하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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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아가는 코스에서 나는 지름길 팀을 선택했다. 하지만 힘을 다 써버린 탓인지, 6:00 페이스가 아직 내겐 너무 무리였는지 이 팀에서도 나는 완전히 뒤처졌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기분. 무거운 양발. 좀처럼 끝이 안 보이는 길. 그 길을 혼자 달리며 생각했다. 마라톤에 나가면 이런 기분일까? 


다정하게 산책하는 커플들 옆을 달리며 자꾸만 뒤를 돌아보아야 했다. 이미 팀을 놓친 지는 오래고, 내 뒤의 페이서님은 부상으로 나와 거리 차이가 많이 났다. 이 길이 맞는지 걱정되는 마음을 가득 안은채 달렸다. 


나 정말 고독한 러너잖아. 

뒤쳐져서 속상하기보다는 웃음이 났다. 으 아무리 생각해도 달리기는 너무 인생 같아. 힘든 일이 와르르 온다 싶다가도 또 좋은 일이 생긴다. 그 반대이기도 하고. 각자 만의 속도가 있고, 끝이 안 보이는 듯하다가도 끝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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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나를 북돋우려고 가볍게 한 말일지는 몰라도, T님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앞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럴 수 있었으면.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꾸준히 달리고 있다 보면 언젠가 내가 바라왔던 그 지점에 도달해 있을 거라고. 먼 훗날 5:30 페이스로 뛰거나 풀 마라톤을 도전하는 미래의 내가 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달리기를 하면서 이렇게 나는 조금씩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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