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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Oct 16. 2024

[100-37] 위로가 필요할 땐 그림책

 책덕후라고 불린다. 많이 사고 많이 읽어서 '책수레'라는 별명도 얻었다. 아직은 읽는 인간쪽에 기울어있지만 점점 읽고 쓰는 인간을 지나 잘 쓰는 인간쪽으로도 가고 싶다. 매일 어떤 책이든 읽기는 하는데 위로를 받고 싶을 때는 그림책을 펼친다. 길지 않은 문장에서 깊이 있는 울림을 찾기도 하고, 그림이 주는 감동에 머무느라 한참을 보고 있게 된다.  


 3년간 매주 목요일 저녁에 그림책 모임을 했다. 온라인에서 만나 그림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나누며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의 감동을 글로 써서 모았다. 그리고 공저를 출간했다. 그덕분에 그림책을 아이들과 수업할때나 교육용으로만 활용하려고 읽지 않고, 온전히 내가 향유하며 나만을 위해 읽는 시간을 누릴 줄 안다. 그리고 어른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로 그림책을 읽어내는 시간은 엄청난 위로가 된다. 지금도 그림책 모임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다.

  

 이 좋은 책들을 나만 읽기에는 아까워서 가족들에게 한 번씩 건네곤 한다. 최근에는 남편이 많이 힘들어하기에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내용이 담긴 책을 한 권 읽어줬다. 은퇴하게 된 노부부가 자유를 외치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멋진 노후를 보낼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남편이 제안하는 것마다 아내는 "내일"이라고 하며 미룬다. 그래서 제목이 <인생은 지금> 이다. 계속 핑계를 대고 걸리는 것을 다 생각하면서 미루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지금, 여기의 삶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남편과 나도 자주 노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시골집 근처에 책방을 지어 작지만 정겨운 공간,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으로 꾸미고 싶다. 책과 커피와 식물이 있는 공간. 책모임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뭔가 같이 배우면서 성장해나가는 그런 곳. 참새방앗간처럼 지인들이 모여드는 공간을 가지고 싶다. 남편은 돈이 안된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북스테이할 공간을 같이 지어서 주수입은 거기에서 충당해야겠다고 한다. 그럼 그건 당신이 맡아줘요.


 노후에는 그렇게 생활한다치고 지금 우리는 어떻게 인생을 즐겨야 할까. 청소년 둘을 키우며 마음이 힘들어서 번갈아 상처를 받는 때가 많은데 서로를 위로하고 도우며 진정한 전우애를 느끼고 있다. 둘이서 만들어놓은 일이니 같이 책임져야지. 큰 아이는 진로와 입시 문제로, 둘째는 진학과 학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견 충돌도 있고 험악한 말이 오가며 각자가 다 상처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부모는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데 아이들에게는 그저 잔소리와 비난으로 들리는 것이겠지. 본인들이 겪으며 진짜 힘들어봐야 왜 엄마아빠가 그렇게 말했는지 깨닫게 되리라는 것도 안다.

 아이들이 능력이 뛰어나고, 공부도 잘해서 성공한 삶을 산다면 참 좋겠는데 지금까지 키워보니 두 아이 모두 공부에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악착같이 목표를 이루려는 태도도 잘 안보인다. 내 아이들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성공한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하는 물음이 떠오른다. 돈을 많이 벌어서 경제적으로 편안한 삶? 돈은 별로 못벌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하면서 사는 삶?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여유까지 얻는 삶이라면 진짜 최고의 축복일 것이다. 그런데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걱정만 앞세우지 말고 잘 자라서, 잘 살기를 기도해줘야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사랑하며 함께 하는 것, 서로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며 각자의 인생이 빛나기를 응원해주는 것이다. 거창한 성공은 소수에게만 해당될테니 우리의 성공한 삶은 좀 더 인간적인 데 기준을 두자고 다짐한다.  그림책 덕분이다. 위로와 깨달음이 필요할 땐 그림책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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