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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Oct 17. 2024

[100-39] 커피가 더 맛있는 계절

 매일 커피를 마신다. 거의 매일 1-2잔씩 마시는데 가끔 3잔까지 마시게 되는 때도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오전에 카페인 수혈이 필수가 되었다. 커피가 너무너무 절실할 때 마실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금단 현상처럼 답답함이 밀려오는데 흡연자들이 금연을 할때 얼마나 힘들까하는 뜬금없이 넓은 이해심이 생길 정도다.


 정신을 차리겠다는 의지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으로 커피를 마시지만 나는 각성 효과보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로 인해 얻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이 크다. 

 올해는 연구년제 파견으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기회가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는 순간은 평일 오전에 카페나 도서관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고 공부하거나 글을 쓸 때다. 그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하다. 특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책을 읽는 그 시간은 나를 위한 사치라고 여겨질만큼 의미 있고 귀한 시간이다.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베란다에서 햇살바라기를 하거나 식물멍을 할때도 있고 식탁에 앉아 할 일들을 계획하는데 온전히 나를 위해 마련한 시간이 주만족감이 있다. 이렇게 혼자서 누리는 커피 타임은 일상에서 매우 귀한 시간이다. 좀 더 사치를 부리자면 커피에 케이크나 스콘, 쿠키 등의 디저트를 곁들이는 것인데 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은 느슨하게 만든다.

  

 지인들과 함께 마시는 커피 타임도 놓칠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마시는 커피 맛은 친밀함의 정도에 따라 좀 다르게 느낄 때도 있지만 커피만 함께라서 행복감은 몇 배가 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조합은 달달하고 촉촉한 케이크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같이 먹었을 때 입안에 머무는 그 콜라보의 달콤 쌉싸름하고 따끈한 맛이란. 음~ 한없이 충만하고 행복해진다.


 가을타는 나는 가을 햇살과 하늘에 자꾸 마음을 빼앗긴다. 일교차가 심해서 낮에는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짧은 가을을 최대한 많이 누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한다. 매일 풍경 좋은 창밖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아아보다는 따아를 찾게 되고, 아메리카노의 깔끔함보다는 카푸치노와 라떼가 주는 묵직함을 찾게 된다. 커피가 더 맛있어지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내일카페에서 약속이 있는데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사람이라 함께 마시는 커피맛이 특별히  그윽하고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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