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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Oct 19. 2024

[100-41] 나의 운동 선생님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다양한 운동을 배웠다. 20대 시절부터 나열하면 너무 세월감이 느껴지니 패쓰하고, 30대에는 독박 육아하며 아이 키우느라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40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웨이트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일 오랫동안 해온 운동이다.


 센터를 두 군데 다니면서 남자 피티샘, 여자 피티샘에게 배우고 있는데 오늘은 여자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아쉽고 섭섭했지만 따로 계속 연락하고 오래오래 인연을 이어가자고 해줘서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추억이 될 스텝박스 안무 영상도 같이 찍어서 아주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단백질 간식도 선물해준 선생님이 참 고마워서 그동안의 운동 선생님들을 쭉 떠올려보게 되었다.


 내가 해온 운동은 정적인 요가에서부터 시작해서 필라테스, 스피닝, 웨이트, 폴댄스 등 종목이 다양하다. 요즘은 웨이트와 폴댄스, 스피닝 위주로 하고 있는데 몸을 쓰는 부위도 다르고 특징도 달라서 각각의 재미가 있다.


 스피닝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자전거 위에서 안무를 따라하며 격렬하게 움직이는 운동이디. 땀이 어마어마하게 나고 힘들지만 스트레스가 풀린다. 폴댄스는 여성스럽고 동작을 예쁘게 표현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좀 어렵다. 자주 가야 느는데 그러질 못해서 실력이 생각보다 훅훅 늘지 않아 좌절도 하지만 영상을 찍어서 남기는 재미가 있다. 요가는 명상과 함께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성격이라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어서 좋다. 제일 꾸준히 질리지 않고 오래 해오고 있는 웨이트는 근육을 만들고 몸이 탄탄해지면서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좋고, 바디프로필을 여러 번 찍고 대회까지 도전하게 할 정도로 재미있는 운동이다.  

 

 운동도 유행이 있고 업계가 치열하다보니 강사들도 잠깐 하다가 말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생님이 자주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센터 사정에 의해서 그룹 수업이나 피티 수업 선생님이 바뀌기도 하고, 내 사정이나 선택에 의해 여러 선생님을 만나게 되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고 들이 가진 장단점과 특징을 보며 느끼는 것도 있다. 아무튼 운동을 하다보면 인생과도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배울 때는 선생님이 진짜 중요하다.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그 운동이 너무 좋을 수도 있고 하기 싫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운동 선생님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배울 점이 있는 법인데 나이는 다들 나보다 어려도 일단 운동 기능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니 운동을 배우면서 나누는 스몰 토크가 재미있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내 아들도 이들처럼 생활력이 강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는 젊은이로 컸으면 좋겠다.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너무 소통이 잘 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선생님이 있고, 잘 맞지 않거나 어렵게 느껴져서 래포 형성이 잘 안되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배우는 입장이니 대체적으로 선생님 스타일에 맞춰가려고 하지만 너무 아니다 싶은걸 강조하거나 무례한 경우에는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 티칭 스킬뿐 아니라 매너와 배려에도 스킬이 필요하다. 원래 좋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룹 수업은 내가 알아서 내 몸의 상태나 수준을 파악하고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인기 많은 강사나 수업을 잘하는 강사의 클래스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좀 더 밀도있게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다면 일대일 수업을 받는 것이 맞다. 나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고 내게 잘 맞는 운동법으로 운동해야 내 몸과 건강이 좋아지므로 맞춤형으로 가르칠 수 있는 실력 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실력도 있고 다정하고 세심한 선생님을 만나면 기분이 참 좋다. 티키타카도 잘되고 나이를 떠나서 운동에 대한 진실한 마인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기쁨, 작은 선물이나 간식을 서로 챙기며 나눠먹는 재미가 있다. 나는 정이 많고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선생님들한테 작은 선물이나 커피 같은 걸 주면서 마음을 표현한다. 카톡으로 소통할 때도 서로 더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사이가 되도록 노력을 많이 하는데 마음을 받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좀 서운함이 생기고, 비슷하게 마음을 표현해주는 사람에게는 더 정이 간다.


 그렇지만 회원과 강사라관계는 헤어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다. 내가 한 시설에 영원히 다닐 수도 없고 강사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끝을 내야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는 관계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예전에는 잘 헤어지는 일이 쉽지 않았고 정들었는데  더이상 못본다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도 몇 번 겪으면서 점점 적응이 되었고 요즘은 인스타그램으로 서로 팔로우를 하면서 지내다보니 계속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안부를 묻고 기회가 되면 어딘가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운동 강사를 그만두고 자기 가게를 차리거나 다른 직종으로 옮겨가는 선생님들도 많다. 그러나 나의 운동 선생님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소중하기에 그들은 여전히 내게 선생님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나도 그들에게 호감도 높은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표현해주는 선생님들도 있긴 했는데, 회원을 떠나서 나중에도 계속 만나고 싶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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