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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Nov 12. 2024

[100-65] 자랑하려고 자식 키우는거 아닌데

내리 사랑이라고 하는데 우리 엄마는 외손주들을 이뻐하시지만 정작 자기 딸인 내 걱정이 한가득이시다.


오랜만에 엄마랑 통화하는데 자식 키우느라 내 딸이 너무 고생한다고, 이쁘던 내 딸이 고생해서 그런지 늙은거 같아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하신다.


아, 엄마 말에 눈물이 핑돈다. 울엄마는 내 편이구나.

나는 이렇게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자란거 같은데 왜 내 아이들한테는 이렇게 엄마처럼 푸근한 사랑을 베풀지 못하는 것 같은지.


부모자식 사이에서 조건부 사랑을 하고 있는 나.

잘하면 이쁘고 못하면 속상해서 덜 이쁘고 그걸 티내기도 하는 못난 내가 참 싫어진다.


수능을 앞둔 외손자에게 뭐라도 챙겨주고 신경써주고 싶은 마음에 전화한 엄마와 신세한탄과 속상함 한바탕으로 끝난 통화에 내 마음이 너무 씁쓸해졌다.


 남의 집 애들은 쉽게쉽게만 크고 누구도 공부 잘하고 누구도 공부 잘한다고 자랑단지인데 왜 니네 애들은 이렇게 힘들게 하냐며, 너처럼 알아서 잘 커주면 얼마나 좋으냐 하신다. 다들 손주 자랑하는데 자기는 할 말이 없어서 입 다물고 있었다는 말에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속으로만 말했다.

엄마, 나도 그래. 어디가서 할 말이 없어.


사실 자식 자랑 많이 하는 사람들은 불편해서 거리를 두고 지낸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택한 방법이다. 상 받은 거 올리고 그런거 보고 싶지 않다.


내가 잘못 키운걸까, 아니면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빚 갚으라고 나에게 보내신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가.


자랑하려고 자식 키우는 거 아닐텐데.

자식은 소장품이 아닌데

결과를 잘 내면 부모가 잘 키워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언제 바뀔까.


열심히 키운다고 애쓸수록 더 잘 안되는게 자식일이라 인생의 쓴 맛을 배우고 있다. 어릴때 귀여움 그 자체인 시절, 평생 효도를 다 한다는 그 시절 이후부터  나는 겸손함을 장착했고, 자식 얘기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늘 새기며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이 크게 아프지 않고 삐뚤어지거나 엇나가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애쓰는 중인데....

쉽지 않다.


존재 자체로, 곁에 온전한 모습으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야 하는데 내공은 여전히 부족하다.

나는 언제쯤 부모다운 부모가 될까.


오늘은 마음이 많이 속상하다.

몸이 아프니 더 나약해진다.

감기에 된통 걸린데다 한 팀이라 생각했던 전우와도 싸워서 그런지 여러모로 힘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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