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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Nov 10. 2024

[100-63] 그래도 저를 사랑하시죠?

 나의 세례명은 안젤라다. 큰 아이를 낳고 신앙을 가지고 싶었는데 마침 아들을 봐주시던 큰엄마(이렇게 불렀다)가 6개월간 매주 있는 교리 수업때도 배려해주시고 대모도 되어주셔서 나는 그렇게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유아세례를 받은 이후 초등학교 3학년때 6개월간 교리 공부를 하고 나는 부모 교리과정 6개월을 하면서 우리 셋은 같이 영성체를 모실 수 있는 귀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남매가 영성체를 받고 나서는 복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교리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고 성경 필사에 주일 미사는 당연히 참석이고, 평일 미사를 50번인지 60번인 채워야하는 추가 일정들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데 복사가 되려면 추가로 평일 미사 40번을 더 채워야 하는데 거의 엄마도 같이 가야하니 많이 힘들었다. 그와중에 자모회며 봉사단 활동도 하느라 내 생활은 성당에서 거의 살다시피하는 일상이 되었다. 


복사가 된 이후에는 더 힘들었는데 복사단 자모회 일도 해야했고 일복 많은 나였기에 유독 큰 행사들이 있어야 그런 걸 치르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새벽 미사! 월요일 새벽 6시 미사에 배정된 날이면 5시 30분까지는 성당에 가야하므로 애를 5시 좀 넘어서 깨워야 한다. 그러니 나는 잠을 거의 못잔다고 봐야한다. 


3살 터울인 아이들이 둘 다 복사고 되는 과정을 거치고, 나는 나대로 전례부에 발탁되어 독서나 해설을 해야 했다. 스케줄표 3개를 냉장고에 붙여놓고 미사 일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며 워킹맘 노릇까지 해야했다. 


 아무튼 남편을 제외하고 셋이서 그렇게 열심히 신앙 생활을 했는데 코로나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는 걸 경험하고 나서 많은 변화가 생겼듯이 성당에 안가는 날이 많아진 이후에 신앙심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나보다. 어른들도 그러기 쉬운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여러 번 이야기해 봤지만 아들은 전혀 반응이 없었고 딸은 어떤 계기로 인해 자기가 먼저 성당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주일 학교를  다시 나가며 친구들과 재회하고 좋으신 신부님덕에 마음을 붙이며 신앙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나는 가끔 갔다가 안갔다가 하며 반쯤 냉담자인 상태로 지내왔다.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 동물인지 내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면 주님과 성모님을 찾는다. 내가 필요할 때만 묵주 반지를 돌리고 묵주 팔찌를 끼며 마음을 기댄다. 바라는 것이 있을 때 화살기도를 날리고 성모송을 읊조린다. 정성들이고 시간들여 바쳐야 하는 묵주기도를 안한지 너무 오래되었다. 부끄럽다.


수험생 100일 기도는 커녕 주일미사도 빠지는 날이 많았던 탕자지만 수능일이 다가오니 주일 미사라도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씻고 옷도 갖춰입고 저녁 미사에 갔다. 

돌아온 탕자를 분명히 반가워하실 거라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용기내어 발걸음을 옮겼다. 


 성당 입구의 유스티노 성가정 동상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리고 작은 초를 하나 켰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성당은 미사 예식이 좀 복잡하고 형식이 엄격하다. 일요일 저녁 미사는 청년부 미사인데 청년부 성가대가 7명 밖에 안되는데도 중간중간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화음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왈칵왈칵 눈물이 터져나왔다. 


성가 합창 소리가 내 마음을 울린건지 내 속죄하는 마음이 눈물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주님, 이렇게 부족하고 못나고 이기적인 저여도 사랑하시나요? 

성당에 발걸음은 많이 못했어도 제 안에는 주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러면 주님의 자녀인거 맞지요?"


 영성체를 모시기 전에 하는 멘트중에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 문장은 말할 때마다 매번 그렇게 절실한 심정이 된다. 

주님이 내 영혼을 낫게 하시고 내 안에 머물러주십사~하고 기도드린다. 

간사해 보여도 지금은 나의 불안함을 덜기 위해 

아이들의 안녕과 미래에 대한 좋은 결과를 간절히 빌 수 밖에 없다. 나는 엄마니까. 

내가 할 수 있는건 기도밖에 없으니까. 



 사랑이신 주님, 부디 제 아들 안에도 영하시고 주변에 기도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해주세요. 

언제나 사람을 보내시고 사람으로 응답하시는 주님. 

누군가 자기를 위해 기도한다는걸 깨닫고 점점 마음으로 느끼게 되면 

테오필로도 주님을 찾고 발걸음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날을 기다립니다.

테오필로가 가고자 하는 길에 빛을 비추어주시고 그 아이가 잠재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렸나이다.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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