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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Nov 11. 2024

[100-64] 몸도 마음도 물 흐르듯

 예전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파격적인 가격 할인 행사 문자가 왔다. 오호~ 나름 괜찮은 가격이라서 마음이 동했다. 계속 하고 있던 운동이 폴댄스, 헬스인데 제주도에서 특별한 요가 체험을 한 이후에 다시 너무 하고 싶어서 원데이 수업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중이라 더 끌렸다. 그래, 등록하자. 뭔가 또 자극이 필요하다.


 요가 수업 무제한 수업 3개월 이용권을 등록했다. 주중에는 지방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올라오는 루틴을 당분간 유지해야할 것 같아서 본격적인 시작일을 내년 1월로 하고 싶어서 문의하니 다행히 그렇게 해주신단다. 휴~ 마음이 한결 좋구나.


 대부분 운동 센터가 그렇듯이 등록하는 개월수가 많아질수록 월 단가가 낮아지지만 길게 끊어놓으면 느슨한 마음이 든다. 결국 안가는 날이 더 많아지기 마련이라 금액적인 메리트는 실상 없는 것과 같다. 열심히 다녀야만 본전을 뽑을 수 있다.


 내년에 복직하면 3월부터는 엄청 바쁠텐데 무제한 이용권이라고 해봤자 방학에나 열심히 갈 수 있지 3월엔 정신없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일단 3개월권을 결제했다.


 1월 시작으로 계약했지만 오늘은 월요일. 9시에 인사이드 플로우 요가 수업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클래스다. 너무너무 하고 싶어실장님께 슬쩍 말씀드려 봤다. 소곤소곤. 실장님도 소곤소곤. 오케이하셨다. 소곤소곤 부탁드려보길 잘했다. 감사해용.


 플로우 요가는 물 흐르듯이 끊김없이 동작을 이어가야하고 음악에 맞춰 시퀀스를 해야하니 정신 바짝 차리고 외워야 한다. 그리고 박자를 다 채워가면서 천천히 움직임을 이어가야 하는데다 밸런스를 잡고 버티는 것까지 신경써야해서 운동량이 엄청난 요가다. 하다보면 땀이 줄줄 흐른다.


 거의 2년만에 했더니 처음에는 시퀀스 외우는데 방향을 막 헷갈리질 않나, 균형잡기가 잘 안되서 다리가 툭 풀리질 않나, 연결 동작에서 실수를 하질 않나 아주 난리였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예전의 나를 소환하는 기분으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따라했더니 몸이 기억하는 동작들에 조금씩 익숙하게 움직여졌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어렵고 힘든 일에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잘 넘길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싶다.

 플로우 요가를 할때는 복장도 흐물한 느낌으로 입어주면 편하다. 웨이트는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주로 입어야 근육의 움직임과 동작이 잘 보인다면 요가는 헐랭헐랭한 바지를 입었을 때 동작하기가 좋다. 특히 알라딘 바지같은 하램 팬츠는 너무 편해서 입고 있으면 마치 내가 요기니가 된 기분이 든다.


 마침 오늘 음악은 좋아하는 영화의 주제곡이었고 오랜만에 온 나를 기억해주신 선생님덕에 어색함이 금방 사라졌다. 공백 기간을 배려해서 그런지 시퀀스도 그리 복잡하지 않게 진행해서 금방 외울 수 있었고 동영상 촬영까지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년 1월부터는 오전에 매일 요가를 할테다. 생활 운동인이자 반려 취미가 운동인 운동매니아로서 더욱 즐거워질 나의 운동 라이프가 기대된다. 다이어트와 식단, 수중 폴바프 준비도 차근차근 시작해야지.


 일단 올 연말까지는 엄마 노릇과 연구년 마무리에 충실하면서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 일로 지금 많이 힘들고 속상해서 자꾸 목과 어깨가 뻣뻣하게 굳어가지만 요가하듯 몸도 마음도 유연해지는 연습을 해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이또한 다 지나갈 것이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우리에게 그 나름의 의미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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