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쓴지 70일이 되었다. 본능과 관계되서 그냥 하는 일 말고 의식적으로 애를 써서어떤 일을 매일 한다는건 진짜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100일중 70일이 될 때까지 빠짐없이 매일글을써온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인거 인정.
두렵고 작아진 나 자신이 안쓰러웠고 그렇게 소심해져 글쓰기 슬럼프에서 허우적대는 날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잘 극복하고 싶어서 뻔한 이야기든 잡다한 이야기든 뭐라도 쓰는 것에 겁먹지 말고 용기 내보자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글쓰기는 강제성이 필요하다. 그래서날마다 11시 59분까지 글을 올려 마감 인증을 해야 하는 장치가 있는 모임에 들어갔다. 한편으로는 압박감도 들지만 대작가들도 마감때문에 쓴다는데 나같은 쪼랩이 별 수 있나. 남을 의식해야 쓰게 된다.
그날그날 글감이 될만한 일을 생각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안테나를 잔뜩 세우고 어떤 게 글이 되는가를 고민한다. 내 일상은 그저 그런 반복의 날들인데 그 안에서 끌어내서 쓸만한 게 있을까 찾느라 괴로워하는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찾아내야 한다. 그렇고그런 일상, 평범하고 별 것 아닌 하루에서도 그 나름으로 빛나는 순간이나 깨달음의 찰나를 찾아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걸 해야 글쓰기도 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글쓰기는 참말로 어려운 일이며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고 이야기 보따리를 잘 채우는 사람, 혹은 이야기가 자기에게 찾아온다는 복받은 사람들에겐 어렵지 않겠지만 나에겐 무지하게 어렵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게 좌절감이 든다. 글감을 찾는 것도 힘든데, 겨우 글감을 찾고 나면 그 다음엔 글을 어떻게 시작해서 이어나갈지 고민하느라 또 한참 걸린다. 머릿속으로 구조를 착착 떠올리며 써나가야 할텐데 아직도 그런 내공은 생기지 않은 모양이다. 언제쯤 수월해질까.
나의 글쓰기 시작은 일단노트북앞에 앉기부터다. 깜빡이는 커서를 한참 바라보다가 막막해지면 핸드폰에서아이디어의 실마리가 될만한 사진을 뒤적인다. 그러다보면 또 한참 시간이 흐른다.
그날의 글 마감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조급해지면 '잘 쓰고 싶다'던 욕심은 어느새온데간데없이 '빨리 써버리고 끝내자'는 지질한 마음이 고개를 디민다. 이렇게 나 자신과 싸우며 마음이 복잡한 날들을 살아낸다. 아직도 미숙한 내 글쓰기 생활은 이런식이다.
어쨋든 글을 발행하고나면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 반응을 보여주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지인들이 게시물을 보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일이라생각한다.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어준다는 건 참 고맙고 민망한 일이기도 하다. 읽은 분들에게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되거나 공감이 되었어야 할텐데. 그래서 '내일은 좀 더 잘 써봐야지, 뭔가 글다운 글을 써야지' 하는 다짐을 매일 하게 된다.
제목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글을 발행하는 시간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조회수가 엄청나게 높게 나온 경우는 제목 때문이었던 것 깉고, 라이킷 수가 다른 글에 비해 많은 경우는 오전이나 낮에 올린 글이었다. 12시가 다된 시간에 올렸을 때는 아무래도 밤이라 접속해서 글을 읽는 사람의 수가 적다고 봐야 한다.
이런저런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쓰는 인간으로 조금씩 발을 내딛고 있는 중인데 잘 걸어가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멈추지는 않기로 했으니 끝까지 해내고 싶다. 이왕이면 '잘' 해내고 싶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써오고 있는 나를 위로하고 힘나게 해주고 싶어졌다. 매일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힘들 땐 머니머니해도 머다? 금융치료가 최고다~ ^^ 그래서 나에게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맛있는 카푸치노를 한 잔 사먹었다. 거품이 풍성해서 비주얼이 훌륭했고 달큰한 설탕 섞인 시나몬이 반만 뿌려져있지만 호록호록 마실 때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거품과의 조화가 매력적이었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만 가을부터는 카푸치노를 자주 마셔주는 게 나의 커피 취향이다.
점점 칙칙해져가는 얼굴에 립을 바르지 않으면 더 못생겨보여서 생기를 줄 수 있는 립을 샀다. 특별 구성이라 미니 제품으로 다른 색상이 4개가 들어있어 골라 바를 수 있고 양이 많지 않으니 알뜰하고 부지런하게 쓰다보면 질릴 일도 없을 것 같다. 게다가 파우치도 몹시 예뻐서 합리적인 소비라 생각한다.
마지막 선물은 어그. 한 여름에 태어나 추위를 싫어하는 나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신발을 신으면 좀 낫지 않을까 해서 복슬복슬하고 털감이 퐁싱퐁신한 어그를 샀다. 뒤꿈치에 끼울 수 있는 밴드와 추가 털이 있어서 다양한 버전의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참 잘 산 것 같다. 하.하.하.
셀프칭찬선물도 받았으니 남은 날들은 더 열심히 써보자. 저녁에는 마음 편히 책을 읽고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마감 시간에 겨우 맞추지 말고 늦어도 오후에는 마무리하자. 글감도 억지로 쥐어짜내지 않도록 생각과 감성을 놓치지 않게 민감한 안테나를 세우고 부지런히 읽고 관찰하며 글감과 문장을 잘 수집해두자. 나다운 색깔, 나다운 삶이 드러나는 글을 쓰기 위해 내 삶을 잘 살아내자. 100일간 글쓰기 동굴속에서 견뎌낸 나름의 고통이 쑥과 마늘의 효능을 발휘하여 이전보다는 업그레이드 된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