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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Nov 16. 2024

[100-69] 자신을 잘 돌보기

 11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이제 진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진짜진짜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다. 지금 일일이 열거하기는 그렇고 100일 글쓰기를 마칠 때쯤 정리를 해볼까 한다.


 내년도 다이어리를 준비해뒀고 복직후의 포지션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정 내리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연구년 보고서는 다음주까지 어떻게든 마무리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두었다. 11월 일정은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림책 연수 한 번 다녀오면 끝이다.


 12월은 운동으로 인연을 맺은 씨스타들과 부산에서 1박 2일 여행을 하기로 했다. 설레는 만남을 위해 KTX 왕복 티켓을 예매했고 연말 모임으로 즐겁게 추억을 만들고 오면 올해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좀 괜찮을 것 같다.


 계획을 하고 일정대로 진행을 하고 마무리하는 일. 안정감이 있다. 예측 가능하기에. 평소에도 나에 관한 일은 목표를 세우고 나면 달성하기 위해 달린다. 꾸준히 노력해서 성과를 내는 편이다.


 그런데 자식에 관한 일은 열심히 할수록 더 마음이 상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 고3, 중3인 두 아이의 진로와 진학에 대한 결과는 언제쯤 결정이 날지, 과연 바라는대로 이루어질지 알 수가 없어 애가 탄다.


 내가 중심을 못잡고 휘청일때마다 남편이 잡아주고 다독여주고 멘탈 관리를 해주었는데 이제 남편도 지쳤는지 그가 무너지고 있다.


 서로가 예민해지자 날 선 반응이 오고가고 급기야 감정이 폭발해서 쏟아내듯 비난하는 말을 주고 받았다. 어찌어찌 화해는 했지만 그 전에 없던 심각한 상처를 서로에게 남긴 이번 싸움으로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어색함이 생겨 버렸다.


 후.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계속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자식들을 위해 애쓰다가 부모 사이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이게 맞는건가 싶고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도돌이표로 돌아오는 속상함을 곱씹고 있다.


 인생이란 끊임없는 시험의 연속이다. 정말 내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지만 나의 격한 반응에 상처받고 당황해서 그런지 한없이 냉정해진 걸 보고 나도 많이 놀랐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모습이라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해받으려고  어젯밤 새벽까지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결혼 20년차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노력해야 하는구나. 살다보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야겠구나.


  나는 이번주 내내 감기몸살 증상으로 힘들어 했고 남편은 이제 감기 기운이 시작되었다. 고생할 게 뻔히 보인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좀 나아질 것 같아서 아침에 둘이 같이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자고 했다.


 나란히 누워 비타민과 각종 좋다는 주사를 넣어 만든 수액을 맞으며 자기 돌봄을 잘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부가 상대를 잘 챙겨주고 돌봐주는 일이 필요하지만 이번에 심각하게 싸워보니 스스로를 챙길줄 아는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가 무너지면 진짜 어떻게 할 수 없어진다. 자신을 돌보아야겠다.


 한쪽에만 기대면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나도 단단히 서려고 노력할테니 여보, 당신도 자기 돌봄을 하도록 해. 우리는 지금 각자를 잘 챙기고 추스르면서 돌보는 일부터 해야할 것 같아. 그래야 다시 둘이 힘을 합쳐서 이 힘든 시기를 통과해 나갈 시너지를 얻지.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보자.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롭게 알게 된 서로의 깊은 속마음에 대해서도 헤아리면서 앞으로는 좀 더 지혜롭게 행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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