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면 미숙하고 답답해서 힘든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주변에 있는어른이나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고 붙들어주고 힘이 되어 주었을텐데 요즘은 점점 인간 관계도 피상적이고사람 사이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거리에 있다. 철저히개인적이면서 겉으로는 선을 지켜준다는 핑계로 남의 일에 깊이 엮이거나 관련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에게 더 말하기 힘들거나 말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공감이나 위로보다는 비난과 평가받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고 나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인해 같이 힘들어질까봐 혼자 끙끙 앓게 된다. 그럴 때 나는 책으로 숨고, 나를 끌어올려줄 문장을 찾아헤맨다. 발견한 문장을 붙들고 다시 어둠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는다.
'박노해'의 책과 글은 너무 유명해서 아마 많은 이들이 보았을 것이다.박기평이라는 본명보다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의 앞글자만 따서 만든 박노해란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 사형을 선고 받았다가 풀려난 기적 같고도 굴곡진 삶을 산 사람.
그가 '박노해의 걷는 독서'라는 타이틀로 쓴 글은 사진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하나의 예술 작품같다. 세상 곳곳을 걸으며 낮은 곳, 힘든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듯 쓴 글들이 심금을 울린다.
"성공도 실패도 운이라 하지요.
그래도 운명을 바꾸는 사람의 길이 있지요.
명상, 독서, 적선, 기도
하루하루 성실하고 꾸준하게 밀어가면
마침내 하늘이 돕고 운명도 몸을 틀지요."
길지 않은 문장속에 깊은 통찰이 들어 있다. 그의 글에는 힘이 있다. 구구절절 설명을 찾지 않아도 읽는 순간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 깨달음을 새기게 되는 그런 힘. 그래서 좌절하거나 답답할 때, 지혜를 얻고 싶을 때 박노해의 시집들을 꺼내 읽는다. 아무데나 넘겨서 펼쳐 읽어도 좋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물이 주기적으로 업로드되어서 그걸 읽기도 한다. 편리해진 세상에 감사해지는 순간이다. 좋은 글, 좋은 문장을 자주 접할수록 마음이 한결 든든해진다.
손에 만져지는 실체감은 없는 말은 흩어져 버리기에글씨로 남겨 종이에 박아둔다. 필사를 하는 이유는 좋은 글을 마음의 기둥처럼 단단히 붙들고 싶기 때문이다. 찬찬히 머물러 읽고 좀 더 오래 보고 싶어서 한자한자 꾹꾹 눌러 쓰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 글이 내 안에 좀 더 깊이 들어오는 것 같다.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하는 세상의 속도에 떠밀리고, 파악하기도 힘들만큼 수시로 변하는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게 되면 삶의 방향을 잃게 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노력을 하다가 버거워지면 그냥 다 놓고 싶어지면서 마음에 병이 든다.
말에도 힘이 있지만 글은 아주 묵직하고 오래가는 힘이 있다. 발걸음 내딛는 땅에 헛딛지 않도록 뒤에서 비춰주는 빛같은 글, 은은한 등불같은 글을 곁에 두고 자주 읽자. 마음이 멍 들때, 지치고 외로울 때, 고독이 묻어있으면서도 그 고독에 힘이 있어 나를 붙들어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읽자.
버팀목이 되어줄 문장을 많이 모아두자. 내가 걷는 길에서도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글로 쓰는 연습을 해보자. 말과 글의 힘을 자주 느낄 수 있도록 잘 읽고, 잘 말하고, 잘 쓰는 사람이 되도록 인생을 더 책임감 있게 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