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 등급에서 살아남기/아무도 주지 않는 월급에서 살아남기
가끔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종종 물어보실 때가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어떤 부분이었는지 말이다. 사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겉보기 등급에서 살아남기'였다. 처음에 직업소개소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반응이 그랬었다. '아...'라고.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는 걸 눈치채고 먼저 이야기했다. '야근이 많아서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기에 건축일이 쉽지 않아서요. 저는 신랑도 야근이 많고, 애들을 누군가는 케어가 필요해서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열등감'도 그렇고, 내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정말 이 사업으로 성공을 할 거야.'라는 대단한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일이 하고 싶었고, 아이를 케어하면서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었고, 내가 열심히 하면 계단처럼 수익이 보장되는 일이었기에 천천히 계단을 밟았고,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고쳐나가며 사업을 찰흙 빚듯이 만들어 나갔다. 아직도 가끔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 '건축일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이다. 그럼 나는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좋은 건축주가 되고 싶어요.' 좋은 건축주는 건축가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나 스토리를 내가 의뢰하는 건축물에서 구현될 수 있게 같이 합을 맞춰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건축주가 되고 싶다.
사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도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무도 주지 않는 월급'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도 월급을 주지 않는다. 내 월급은 내가 스스로 줘야 한다. 지난번 글에도 썼지만, 처음 사업을 준비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월세 24개월치를 내지 못하고 나와야 하는 빚이었다. 시작할 때 최악의 상황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만 한다. 사실 굉장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의 사업이기에 조금 덜 벌어도 행복감의 지수는 월급을 받을 때보다 100배는 행복하다. 그리고 사업의 과정 중에도 잘못된 부분이 생기면, 월급을 받을 때에는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라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강했다면, 사업을 하면서는 이걸 어떻게 잘 해결하지 하는 책임에 대한 고민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스몰 비즈니스의 성공의 경험은 월급과 같은 돈을 받더라도 기쁨은 백만 배 더하다. 아무도 주지 않는 월급이지만, 나 스스로 나에게 월급을 주어야 하기에 때로는 나에게 냉정해지고, 관대해지기도 하고, 버티기도 하고, 도전하기도 하는 냉탕과 온탕의 연속이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 내가 주는 월급은 엄청 쓰고, 엄청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