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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 Jul 13. 2024

길바닥에서 한 번쯤은 울어봐야 청춘이지

여보세요? 딸 울어? 
끅....끅.....엄마.....나 너무 힘들어 
울지 마 엄마 진짜 속상해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던 여름날,
나는 비 인지 눈물인지 모르게 길바닥에서 꺽꺽 거리며 울었다. 





마음에 안정이 덜 찾아온 상태로 덜컥 회사에 입사한 게 탈이 났던 걸까? 완벽주의를 쫓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하고 말았다. 충분히 사수는 화가 날만 했고, 나는 심장이 쪼그라들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내뱉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야근을 자처하고, 집에 가는 길 어김없이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받으면 눈물이 날까 봐 받지 말까 고민도 해봤지만 그냥 받았다. 그때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을 거라 믿었다. 


기운 없는 목소리에 엄마는 바로 눈치챘다. 귀신보다 더 속이기 어려운 게 부모라 했던가. 엄마는 귀신 같이 무슨 일 있냐고 물었고, 난 차오르는 눈물을 터트리며 길바닥에 주저 앉아 한 손엔 우산,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엉엉 울며 엄마한테 모든 걸 털어놓았다. 


엄마는 연신 좋은 말 힘내라는 말을 내뱉으며 내일 정식으로 다시 사과하라는 말을 남겼다. 계속 울지 말라고 말했지만 내 얼굴은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게 젖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길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을까.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집에 도착했다. 그날도 역시 자취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랑 다 같이 살았다면 나는 집에서 다시 한번 눈물을 또 펑펑 쏟아냈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운 건, 마음 때문인지 몸 때문인지 어쨌든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갔고, 쪼그라진 심장은 그 후로 계속 펴질 생각이 없어 보여 나는 결국 며칠 뒤 퇴사를 얘기했다. 사실 한 번의 사건으로 퇴사를 결심한 건 아니었고, 꾸준히 퇴사 생각은 있었다. 


그러다 실수를 하고 깨달은 것뿐이었다. "이제 퇴사할 때가 다가왔구나" 그렇게 나는 추석이 다가오는 9월, 회사의 짐을 양손에 들고 날씨 좋은 날 조금은 가벼운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출처 : 구글



"눈이 크네. 더 크게 뜨려고 하지 마. 울 일이 많아질 거야."


언젠가 사주를 보러 갔을 때 들은 얘기다. 좀 주의 깊게 듣고 그 말을 지켰어야 했을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어서 그런지 나의 20대는 매일이 울기 바빴고 매일이 고비였다. 


하나도 쉽게 풀리는 일이 없었다. 매일 사람들에 치여 눈치 보고 가슴 졸이고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기 바빴다. 


그럼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단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예민한 성격이 힘들었다. 남들이 조금만 킥킥거려도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고, 하루종일 카톡이 조용하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그게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건 아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는 책이었고, 글이었으니 말이다. 


가장 힘들었던 건 한 번씩 발작 버튼이 눌려 화를 내는 것, 상사한테 혼나면 쪼그라들던 심장, 그리고 계속 그들을 신경 쓰느라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는 상황이었다. 


어떤 날은 눈물이 차올랐다가, 어떤 날은 분노가 차올랐다. 이 세상에 '이 구역의 미친 X은 나야' 같은 인간이 더 잘 살고,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은 정신과를 드나들며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가, 생각도 들었다. 


이런 성격의 부작용은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거였다. 길을 걷다가도, 양말을 신다가도, 이불 덮고 누워 귤을 까먹으면서도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때 좀만 기억력이 좋았더라면 실눈 뜨고 살았을 텐데. 오히려 큰 눈을 더 크게 떠 보이며 멍청하게 살았다 정말. 


이제는 눈물은 흘릴 일은 많이 없지만, 30살이란 숫자가 주는 압박감은 더 생겼다. 눈물이 가니, 이제 마음의 압박이 찾아왔다. 도대체 이 놈의 인생 언제쯤 안정감을 주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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