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대파 한단을 샀다
생필품 물가 상승률이 만만치않던 터라
뿌리 채 심어
두고두고 잘라 먹을 생각을 했다
(겨우내를 넘어 봄까지 ㅎㅎ)
하지만
화분에 그냥 심어
시들시들 말라버렸던 과오가 있던터라
유툽 선생님께 머리 조아리고 가르침을 받았다
비법은 물에 담그기!
심기 전에 뿌리를 물에 담가 생기를 주는게
포인트였다
유통 중에 말라버린 뿌리를 그냥 심으면
다음날부터 마른 쭉정이 대파를 알현하게
될거라 자분자분 엄포를 놨다!
나는 시키는대로
대파 뿌리를 이틀간 물에 담궜다
빗자루같던 뿌리가 탕후루
윤기를 입고 거듭났다
드디어 빨간 화분에 입수 아니고
입토!
흙요람 속에서 대파는 기지개를
쭉쭉 켜듯 자라났다
키가 너무 커 어떤 이파리는 자동 허리꺽기
를, 다른 이파리는 쟈철 문에 기대는
사람 모양을 했다
가위로 자르려니
끼악 소리가 나는듯 하여 차마 못하고
돌아서길 여러 차례
어느날 둥근 봉오리가 불쑥 나타났다
신기하여 보고 또보고
외출했다가 오면 젤 먼저 알현하고
동짓달 장미보듯 했다
드디어 봉오리가 터지고
그 안에 잔잔한 알갱이들이 오밀조밀
오종종 모여있는게 보였다
(저게 뭐가 되려고?)
흠흠
알갱이는 솜털 비슷하게
몽글몽글 부풀어 올랐다
뒤에서 보니
영락없이 비숑프리제가 창밖을
구경하는 자태였다
오!
나의 반려견
아니고
나의 반려 대파라니
어제는 비숑프리제
봉오리에 머리를 맞대고
사진을 찍었다
(어색한 연출ㅋ)
대파 비숑이랑
커플 사진 찍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시라~~~
내 반려 대파는
오늘도 씩씩하게 자란다
3월 햇살아래 재롱이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