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기술영업을 처음 시작해 고객사를 방문하면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A대리님, B과장님, C부장님 등 고객사의 관계자들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과연 조직 내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C부장이 내가 파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인물일까요?
A대리, B과장, C부장 중에 누가 Key Person?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조직의 '조직 구조'와 '실무 환경'에 따라 답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각 조직의 실무환경에 대해 직접 경험한 예시를 바탕으로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조직규모에 따라 조직 내 조직구조가 다른데 이러한 조직구조가 실무환경 및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하기 내용을 이해하면 편할 듯 합니다.
아울러 기술영업은 주로 건설업, 화공플랜트, 제조업에 그 비중이 치중되어 있으므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 관련업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가장 영세하고 규모가 작은 대략 100억 이하 소기업을 들여다 봅시다. 소기업은 기술영업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가장 구매결정까지 이르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쉽고 빠른 업체들입니다. 크게 조직구성은 다음과 같죠.
1. 대표 1인체제 (+일용직근로자)
2. 대표 + 대표가족(대게는 와이프나 형제) (+일용근로자)
3. 대표 + 대표가족 + 영업전문이사 (+일용근로자)
대표1인체제
대표 혼자서 영업부터 마케팅, 구매, 서류잡무를 도맡아 합니다. 주로 대표는 영업활동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대표의 고객들을 케어하면서 영업을 하죠. 기업에 대표 혼자 모든 업무를 하기 때문에 구매에 있어서도 결정권자가 곧 대표입니다.
대표 = Key Person = 구매결정권자 = 해당 조직 내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즉 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설득해야 할 고객은 대표 1인 뿐입니다. 물론 내 제품을 들고 해당 대표가 대표의 고객사에 영업활동을 하게 되면 대표와 함께 해당 고객사에 방문해 대표의 영업활동을 돕거나 제품 홍보 따위를 해야할 경우도 많아요. 특히 이런 경우 대표는 대게 해당 고객사와 관계가 좋아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입장인 경우가 많으므로 대표에게 내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 홍보해 대표의 고객사에 내 제품과 서비스를 납품하는 Bottom-up 방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Bottom-up 방식: 하위 구조 혹은 하부 조직에서부터 영업활동을 시작하고, 추천 및 레퍼런스를 통해 상위 구조 혹은 상부 조직까지 영업활동을 넓혀가는 영업방식. 제품 및 서비스의 검증이 실사용자(하부조직)으로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추후 상부조직으로 올라갔을 때 반발이나 컴플레인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유관조직을 거쳐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다수의 공급사 및 시공사를 끼고 있는 대형고객사의 경우, 예외적으로 고객사를 먼저 공략해 Top-down 방식으로 위와 같은 1인대표 체제의 업체들 혹은 중소규모 기업에에 납품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초창기 영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 레퍼런스나 후기가 없기 때문에 인맥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Top-down방식을 통해 레퍼런스를 만들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영업주체인 기업의 규모가 작기 때문인데, 여러 협력업체를 거느린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영업방식과 유사한 면이 있어 별도의 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아래는 Bottop-up 방식으로 겪었던 좋은 사례를 각색한 겁니다.
전문영업인 A대표를 통해 굴지의 모기업에 납품성공!
예) 기술영업 당시 알고 지내던 A대표이사는 화공 대기업 출신으로 회사를 나와서 회사에 필요한 안전용품과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A대표가 모기업을 다닐 때부터 B는 제품을 직접적으로 납품하진 못했지먼 각종 기술지원이나 샘플시공을 도와주며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업체들은 맨날 자료만 요청하고 제품사용에 보수적인 A에 대한 지원을 멈출 때에도 향후를 위해 가능한 선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A대표는 결국 회사를 나와 관련 자재 납품을 위해 제품등록을 하려할 때 두말 않고 B의 제품을 모기업체 추천해주었습니다.
당시 해당 모기업은 자사와 관련 없는 업체 제품은 등록조차 해주지 않고 있었는데 A대표를 통해 해당 기업에 처음으로 제품을 납품하면서 실적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당 모기업과 관계를 이어가 동반성장과 공동기술개발을 위한 MOU까지 체결하며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었구요. 당연히 MOU를 위한 기술개발에는 A대표가 납품하는 B제품을 전제로 해 모두가 윈윈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 들어보니 A대표는 소심한 편이라 여러 업체에 지원을 받아도 사내에 적극적으로 제품추천을 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편이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지원을 해준 날 좋게보고 퇴사 이후 다른 회사 제품들은 등록해주지 않았지만 B회사 제품은 등록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무조건적인 지원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 특히 영업인이라면 조건없는 Give는 경계해야 할 요소입니다. 다만 그 사람을 보고 장기적 '투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며 또다룬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으므로 영업대상이 되는 인물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