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9 조선비즈
내셔널리즘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재래식 무기로 싸웠던 과거와 달리 각국의 경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쟁의 명분은 강력한 주권과 자국의 이익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부 자국민의 이익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자국민의 이익이다. 수출을 규제하면 타국민 뿐만 아니라 수출업에 종사하는 자국민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는 일부 자국민을 위해 그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총성 없는 전쟁의 전조를 지켜보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강력한 외교술을 발휘하지 않으면 제 몸을 건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내셔널리즘은 전쟁의 확실한 전조다. 어디서든 W.W III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W.W I를 일으켰던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도, W.W II를 일으킨 일본의 진주만 습격도, 투르크를 쳤던 십자군 전쟁도 모두 자국 이익과 강력한 주권을 지키기 위한 내셔널리즘으로부터 비롯됐다. 전쟁은 선 긋기와 깃발 꽂기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예는 38선 근처에서 치렀던 고지전이다. 우리나라는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약 2년간 무의미한 고지전투를 치렀다. 하루는 미군의 깃발이 꽂혀있고, 하루는 중공군의 깃발이 꽂혀있었다. 나의 조국이 조금이라도 많은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이 전쟁으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다름아닌 일본이었다.
경제 영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EU와 메르코수르(남미 공동 시장)가 손을 잡았고, 북미(USMCA)가 다시 손을 잡았다. 아시아도 일본을 중심으로 CPTPP가 결의됐다. 중국은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에 손을 내밀고 있다. 수출 전쟁의 포인트는 자국의 손해가 최소화되는 지점을 공략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미국으로 둘러쌓인 3면을 갖고 있다. 단절된 3개의 면을 맞대고 있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좋은 장소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쟁 1순위 국가는 아니다. 우리나라를 공격한다는 것은 각자가 상당한 손해를 각오하고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단지 일본의 내셔널리즘에 부딪히며 국지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수출 전쟁 1순위 국가는 다름 아닌 이란이다. EU, 중국,러시아와 3면을 맞대고 있고, 어떤 국가가 공략하든 자국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조는 확실하다. 미국은 JCPOA(이란 핵합의)를 탈퇴했고, 동맹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도 요청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의 한 국가가 빠져도 일대일로 구상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W.W III가 피할수 없는 전쟁이라면 이란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팔 하나를 내주더라도 몸을 건사하기 위해서는 국익에 우선한 판단을 내려야한다. 이번에도 일본과의 국지전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고 개도국 지위를 내주게 됐다. 일본과 선을 그어도 미국과 선을 그을 수는 없기 떄문이다. 그리고 우선 어떤 경제영토에 편입되어야할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전쟁 이후에 CPTPP에 가입한다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EU도 ILO 조약 위반 사항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현명하고, 강력한 외교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