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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30. 2022

우리는 이걸 늦바람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처럼 유치하게 어른처럼 내일은 없이 (마지막)

강이 보이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도착했다. 자리를 찾느라 꽤나 고생했지만 그래도 다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왠지 뿌듯했다. 이 많은 인파를 뚫고 이뤄낸 기분?


꼭 크림 크로와상을 사오라는 S의 말에 크림 크로와상과 마늘바게트 그리고 커피 8잔을 사들고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냐고 했는데 결국 다먹을 거라는 걸 알아.


생각보다 카페에서 우리는 잔잔했다. 

피곤하기도 했고, 다시 집 갈 생각에 아득하기도 했으니깐. 


뭐랄까.


아쉬움과 피곤함 그 사이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피곤하니 집에 가서 얼른 쉬고 싶은 생각과 어쩐지 이 시간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3시에 일어나자 2시 45분에 일어나자 2시 30분에 일어나자 아니다 2시 45분에 일어나자 

일어나는 시간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는 걸 보니 모두에게 아쉬움이 컸나보다.


그도 그럴 것이 잔뜩 피곤해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크림 크로와상을 얘기했던 S의 말이

우리 모두를 동요시켰기 때문이다.


"지금 이 8명이 또 모일 수 있을 것 같아? 또 언제 이렇게 모일지 모른다고"


그래. 맞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서로 직장, 직업, 사는 곳, 나이, 취미, 관심사 모두가 다른 이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었던 건 

이 모임 때문이었다. 다들 일정을 비우고 기꺼이 자신의 하루를 보내는 데 응한 건 이 모임에 다들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모이기 어렵다는 걸 아는 것도 당연했다.

이 모임의 마지막이 바로 2주 후 토요일이었으니 모를리가 없었다.


언제 또 이렇게 모일까 유치하게 놀았던 지난 날들이 새삼 머릿속을 스쳐가니 꿈을 꾼 듯 했다.


밍기적 밍기적 집에 가기 위해 차를 타러 가는 데 먼저 나섰선 이들이 출발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그래서 세상 아련해져서 창문을 내렸는데 


아니 물총에 소주를 넣어서 쏘는게 아니던가.


감동 바사삭 와르르 맨션 되서 출발하는 차에 탄 사람에게 전화걸라고 한담에 한껏 쏘아붙혔다.

이렇게 감동이 무너졌다면서 .

어쩌먼 알콜 물총 덕분에 아련해지고 감성적이게 될 뻔 한 걸 웃음으로 마무리 된게 아닐까

이제와서 괜히 포장해본다.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집 갈때는 이 모임의 최고 최애 멤버로 등극한 S오빠가 내 차에 탔는데 모두가 어제 하루가 꿈같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 만큼 재밌었고 의미있었기 때문이겠지.


새삼 S오빠의 추진력과 용기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전하는 것, 그렇게 도전해보는 이만 할 수 있는 말

"생각보다 어려운 건 없어 결국 안해봐서 두려운거야. 사실 별 거 아니거든"


장난스러워보이는 그가 삶과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중한지

진짜 직접 부딪혀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단단한지 

나는 그 강직성과 용기에 나의 앞날을 곱씹게 되었다.


"그냥 그런 사람 있잖아요 너무 좋은 사람이라 어릴 때 만난게 아쉬운 사람"


H의 이야기에 새삼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치, 모든건 다 때가 있고 인생은 타이밍이라는데.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성숙하게 만날 수 있을 인연들을 너무 어린 나이에 만나 뭣도 모르고 놓아버렸다는 사실이. 그걸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을 때 아쉬움이 있지.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얽히고 만난 인연이 꿈 같은걸까 생각하게 됐다.


한 사람이 자기가 했던 경험이 좋아 이 모임을 만들었다.

15명이 들어왔고 7명이 나갔으며 8명이 남았다.


저마다 남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면 갈수록 느슨하게 이어지는 이 연대가 좋았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계곡물에서 서로 물장구를 치고 물총을 쏘며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신나게 놀았다.

부딪히는 술잔의 수 만큼, 비워가는 술병의 갯수만큼 이야기가 쌓이고 시간이 쌓이며 추억이 쌓였다.

잘그락거리는 커피의 얼음이 녹아가는만큼 아쉬움이 물방울 맺혀 컵을 타고 흘렀다.

안녕을 보내고 돌아오며 '꿈만 같다'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반복할 만큼 아쉽고 즐거운 기분들로 가득했다.


대외활동이라곤 하나도 안해본 내게 좋은 기억을 심어주었던 모임의 MT가 막을 내렸고


진짜 마지막 모임을 향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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