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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Dec 07. 2024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적 이상은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불평등에 대한 정당화다."(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중에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가 과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지적합니다. 겉으로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출발점의 불평등을 은폐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오만과 실패한 사람들의 수치심을 조장한다는 것입니다.


 능력주의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출발점의 불평등을 간과합니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성공이 재능과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각기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합니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는 더 나은 교육과 다양한 기회를 누리지만, 가난한 가정의 아이는 교육과 자원의 부족으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입니다. 마치 공정한 경주를 한다면서, 누군가는 처음부터 앞선 위치에서 시작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성공한 자의 오만과 실패한 자의 수치심을 조장합니다.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성취를 전적으로 능력과 노력 덕분으로 여기게 만듭니다. 이는 그들에게 과도한 자부심과 오만을 부추깁니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들은 환경이나 구조적 요인 대신 개인의 부족함을 탓하며 깊은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셋째,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은폐합니다. 능력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여, 구조적 문제를 가려버립니다. 예를 들어, 엘리트 대학 입학이 성공의 주요 지표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능력주의는 이러한 경쟁이 공정하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이는 자원의 불평등과 교육 기회의 격차를 간과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샌델은 공동체와 연대의 가치를 복원할 것을 제안합니다. 성공이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도움과 사회적 조건에 의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샌델의 주장에 대해 비판할 점도 있습니다. 먼저 샌델이 대안으로 제시한 공동체와 연대의 가치룰 어떻게 현실과 제도 속에서 구체화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또한 능력과 노력에 대한 보상 체계를 약화시킬 경우 각 개인의 성취동기와 노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개인이 있을 때 그 실패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로만 돌리며 책임 소재를 가린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샌델의 통찰이 오늘날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입니다.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능력주의는 이러한 문제들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킵니다. 우리는 능력주의를 넘어, 인간의 가치를 성취나 결과가 아닌 공동체적 연대에서 찾아야 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가 과연 공정한가?" 이 질문은 개인의 노력과 공동체적 연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성공한 자가 자신만의 공을 주장하는 대신, 사회와 연결된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를 가질 때, 우리는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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