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중에서)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자유를 '행동의 자유'와 '의지의 비자유'라는 두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표면적으로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욕망과 본능이라는 내적 의지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행동의 자유는 겉으로 보이는 선택의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어떤 책을 읽을지, 누구를 만날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단순히 개인적 기호만이 아니라, 경제적 상황이나 시간적 제약 같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한 사람이 특정 음식을 선택할 때, 그 선택은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 가능성과 비용, 그리고 배고픔의 강도 같은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실제로 외부 환경과 내적 욕망의 영향을 받습니다. 배고픔이 강렬하면 음식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사회적 기대는 우리의 선호에 영향을 미칩니다.
쇼펜하우어는 행동의 동기가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의지는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충동으로 작동하며, 인간이 직접 통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도망치려는 반응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며, 우리가 특정 음식을 강하게 선호하는 이유는 진화 과정에서 얻어진 생리적 필요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본능적 반응은 우리의 의식을 넘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에, 개인이 이를 자발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안정된 직업을 선택하거나 특정 관계를 추구하는 것도 생존 본능, 인정 욕구, 외부적 압력에서 비롯됩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욕망의 기계성"이라 부르며, 욕망이 고통을 낳고, 그 고통이 다시 욕망을 불러오는 순환을 지적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통찰을 우리에게 적용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요구를 받으며, 소비와 욕망의 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광고와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특정 제품이나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득합니다. 욕망을 성찰하는 삶은 우리의 욕망이 무의식적 의지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를 통해 욕망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그것을 성찰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목표를 이루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합니다. 끊임없이 새로 출시되는 신제품을 구입하거나 최신 유행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만족감을 느끼기보다는 또 다른 욕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비교와 경쟁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며, 개인들은 자신의 성취나 삶의 질이 타인보다 낮다고 느껴 끊임없이 부족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고통의 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욕망의 근원을 성찰하고, 진정으로 의미 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또한, 행동의 자유를 활용해 의지의 방향을 수정함으로써, 욕망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조화를 이루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행동이 무의식적 의지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비자유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첫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과 충동의 근원을 이해할 때 비로소 내면적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스피노자의 철학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지식과 이해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쇼펜하우어의 통찰은 의지의 비자유를 자각함으로써 욕망의 노예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주체로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선택과 욕망의 근원을 이해하고 성찰할 때, 우리는 더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하는가?" 이 질문은 우리가 단순한 욕망의 소비자가 아닌,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아침에 커피를 선택할 때 단순히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필요를 느껴 선택하는 것인지 성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쇼핑할 때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광고나 사회적 압박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적 선택들을 돌아보는 것은 삶에서 더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