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위대한 법칙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이라면, 자연의 위대한 가르침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만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혹은 같은 의미로, "이웃이 우리를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우리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기도 합니다."(As to love our neighbour as we love ourselves is the great law of Christianity, so it is the great precept of nature to love ourselves only as we love our neighbour, or what comes to the same thing, as our neighbour is capable of loving us.)(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중에서)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외에도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판단을 깊이 있게 다룬 <도덕감정론>이란 책을 집필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자기애와 이타심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 사회적 조화를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자기애"를 인간 본성의 출발점으로 보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윤리적 삶을 실현하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자기애와 공감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받쳐주며 균형을 이루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시각을 통해 자기애와 공감의 균형이 도덕적 삶에서 갖는 중요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스미스는 인간이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를 "실체"에 비유하면서, 자기애가 인간 본성의 시작점임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애는 단순히 자신을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고통과 욕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돌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부정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며 자기 비하에 빠지기 쉽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탓하며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이런 자기 비하는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게 만들고,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불안정함을 낳습니다. 스미스가 강조했듯이, 건강한 자기애가 있어야만 진정한 공감도 가능해집니다. 자신을 돌보는 능력은 타인과의 관계를 만드는 기초가 되며, 이것이 없다면 공감 역시 겉핥기식으로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스미스의 통찰에 따르면, 자기애와 공감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감정입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타인에게 공감하려 하면, 결국 지쳐 무너지거나 피상적인 공감에 그치고 맙니다.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한계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타인을 돕다가 기력을 소진하곤 합니다. 또한 내면이 불안정할 때는 타인의 고통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워 공감의 깊이가 얕아지기 쉽습니다.
반면에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은 자신의 욕구와 한계를 존중하면서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돕는 방법을 압니다. 이는 단순히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하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더불어 공감은 자기애를 더욱 성숙하게 만듭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도우면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미스는 '공정한 관찰자'라는 개념을 통해 자기애와 공감을 조화롭게 만드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공정한 관찰자란 우리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바라볼 때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타인의 시선을 말합니다. 스미스는 이 관찰자의 눈을 빌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되, 지나친 비판이나 비하를 피하라고 조언합니다. 일상의 예를 들어보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흔히 "내가 부족해서 일이 잘못된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힘든 건 당연한 일이야. 잘못된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을 뿐이야." 이런 관점은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며, 자기애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애덤 스미스는 자기애와 공감의 균형이 도덕적 삶의 근간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기애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타인을 향한 공감도 온전히 이루어지기 어렵고 오래 지속되기도 힘듭니다. 자신의 감정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공정하게 바라보는 자세는 자기애를 회복하는 첫걸음입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비로소 타인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도울 수 있는 공감의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오늘날 우리는 SNS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자기애를 잃기 쉬운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스미스의 철학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며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도덕적 삶의 출발점이며, 타인과 연결되는 사랑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