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이 묻기를,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한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답하시길,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미워한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답하시길,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마을의 선한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는 것이 더 낫다."(공자, <논어> 중에서)
'논어' 자로편 24장에서는 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공의 대화가 등장합니다. 이 장에서는 자공이 공자에게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좋은 사람인지' 묻는 장면이 나오며, 공자는 많은 이들의 평가가 반드시 옳지 않음을 경고하고, 진정한 가치는 선한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을 통해 드러난다고 설명합니다. 공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는 사람은 사실 경계해야 하고, 반대로 모두가 비난하는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공자는 그 대신 '선한 사람들이 칭찬하고, 악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올바른 사람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다수의 평가보다, 가치 있는 사람들의 평가가 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상황은 자신의 생각과 원칙을 흐리면서 타협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태도는 자신을 잃고 진정한 가치나 신념을 놓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모든 동료와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타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들고,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칭찬이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는지, 아니면 그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타협한 결과인지 깊이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를 미워하거나 욕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비판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히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미워한다는 것은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성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자는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자기 성찰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자기 성찰과 개선의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가치 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공자는 궁극적으로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악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판의 질입니다. 좋은 사람들, 즉 선한 가치와 덕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이는 내 행동이 옳은 방향임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면, 이는 내가 그들의 편협한 이해관계와 맞서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악한 사람으로 미움을 받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의미가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미움을 받는 것보다는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의 내용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인정 욕구'를 버리고 '과제의 분리'를 제시합니다. '과제의 분리'란 내가 해야 할 일과 타인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그 사람의 과제이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부모는 자식을 격려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공부할지는 자식의 과제입니다. 이러한 '과제의 분리'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이러한 인정 욕구는 자괴감이나 거짓된 우월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들러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타인의 과제'로, 내가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정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가지며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길입니다.
결국, 타인의 평판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신중한 분별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좋은 평판을 얻기보다는, 진정한 덕을 지닌 이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진정한 기준을 제시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