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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poty Feb 02. 2022

5. 아침식사 - 계란후라이와 견과류 우유

할머니의 밥상, 그리고 나

어렸을 적부터 아침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주변에는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아침을 거르지않고 챙겨 먹고 오는 나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곤 하는데 이십몇 년째  패턴을 유지하다 보니 아침밥을 거르는 날이면 출근하다가 핑 돌면서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물론 느낌상이고 실제로 쓰러진 일은 없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우리 집의 아침밥 시간은 삼촌이 밥 먹는 시간 6 30 또는 아빠가 일어나는 시간(미정)으로 나뉜다. 보통 출근할 땐 삼촌과 함께 밥을 먹고 한다. 예전에는 평일에는 무조건 밥과 반찬, 주말은 아빠가 자칭 콘티넨탈 브렉퍼스트라는 아침 식사를 만들어 주시는게 관례였는데 근래에는 옵션이 생겼다. 옵션 1, 한식.  전날에 먹었던 반찬과 , 계란 후라이 또는 옵션 2, 양식이라고 하긴 거창한 캘로그와 , 그리고 계란후라이. 거의 대부분은 삼촌이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아침이 결정된다.


한 때 위의 조합에 가끔 특별하게 견과류 우유가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아침식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견과류 우유에는 몇가지 사연이 얽혀있다. 아빠가 유통회사를 다니실  유통기간이 살짝 지난 견과류를 땅콩, 호두 등등 종류별로 커다란 봉지 들고 오시곤 했는데 쌓인 견과류를 멸치 볶음에만 넣기에는 처리에 한계가 있어서 할머니가 아침에는  견과류 우유를 만들어 주시곤 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리 갈아놓은 견과류에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1 30초간 돌린다.   따끈해진 우유에 견과류를 크게  스푼 넣고 마지막에 꿀을 듬뿍 넣는다.  우유를 아침에 먹고 나가면  전날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도 속이 안정되고 든든했다. 그렇게 견과류 우유를 먹으며 행복을 느끼던 어느 날 사건이 발생했다. 견과류 우유에 꿀이 떨어진 것이다. 기존에는 누가 선물로 주었던 꿀로 견과류 우유를 타 마시곤 했는데  꿀이  떨어졌다. 간단하게 그냥 꿀이야 사면되지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엄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꿀을  사야 해?’라고 되물었다. 당황스러웠다. 꿀을  사야 하냐니. 당연히 아니지만 나에게 따지듯 되뭍는 엄마의 의도가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았다.  먹을 거에선 아끼지 말고 먹으라고 했던 엄마가 ?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꿀은 500미리 정도에 싸게는 9000, 비싸게는 4~5  정도였다.  감별사도 아닌 내가 원하는 게 후자 일리는 없다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묵묵 부답에 엄마의 날이 갈수록 말투는  날카로워졌다.  돈으로 사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까지 사야 하는 거냐고 캐물었다. 엄마의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엄마의 심기를 더 이상 건들고 싶지 않아 한동안 눈치를 보다가 슬며시 엄마한테 다시 물어봤다. “엄마, 진짜 나한테 꿀 하나 사주기가 싫었던 거야?”, 엄마는 그 자리에서 와하하하 웃으며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그 당시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으시게 되었는데, 생활비도 엄마 카드로 쓰시던 할머니가 아빠랑 시장에 같이 가면서 슬쩍슬쩍 아빠가 현금을 쓰게 했던 거였다. 카드가 아니라서 모르고 있던 엄마는 나중에 아빠한테 얘기를 듣게 되고 화가 난 엄마는 마음이 옹졸해져 할머니가 쓰는 모든 비용에 촉각이 곤두서 그땐 아무것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고. 내가 봐도 이건 할머니가 치사했다.

그래도 나한테 이유라도 알려줬으면 좋았잖아. 그 후 나는 아직도 맘 구석 한편에 남아있는 건지 그렇게 견과류 우유에 손 이 가지 않게 되고 이제는 추억의 아침 메뉴가 되어 버렸다. 어른들의 싸움은 언제 봐도 어른 같지 않을 때가 많다. 이것도 언젠가는 추억거리가 되어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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