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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경 Oct 28. 2022

외할아버지 셔츠로 만든 교복

엄마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할 때 엄마는 상급학교에 진학한다는 설렘을 느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중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물이와 마이산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 주위에서 교복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었다. 어느 브랜드의 교복이 더 편하고 더 맵시가 나는지. 여벌의 바지와 셔츠가 몇 벌 필요한지도. 교복을 구입할 수 있나 없나 가 아니라 선택에 대한 고민이었다.

     

내가 중학교 교복은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 그때는 교복 브랜드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양장점을 했던 엄마의 기술이 유용했다. 그리고 사이즈별로 나온 교복이 아니라 내 몸에 꼭 맞는 맞춤옷이었다. 교복을 처음 입던 날 나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엄마가 중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교복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어렸던 엄마는 아마도 다가오는 입학 날짜에 마음을 많이 졸였을 것이다. 더 큰 사회에 나가는 설렘과 두려움 중 엄마에게는 두려움이 먼저 다가왔고 자라면서 성인이 되어서는 그 두려움이 걱정으로 바뀌었다.

     

결국 엄마의 교복은 색이 같았던 작은 아버지의 양복바지와 외할아버지의 와이셔츠로 만들어졌다. 그때는 천이 귀하던 시절이었고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맞는 옷으로 수선할 수 있는 솜씨를 가졌다. 강물이와 마이산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검정 고무신에서 봤어.”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명구라는 학생이 등장하는데 그 학생의 교복은 17년 전 어떤 학생이 6년 동안 입었던 교복을 중학교에 입학하는 동생에게 물려주었다. 그 동생이 또 6년을 입었다. 그 동생은 친구 동생에게 물려줘 5년을 입었다. 더 이상 입을 수가 없어서 버리려던 것을 명구가 입게 되었다.

     

무려 30년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입어온 교복은 성한 곳이 없었다. 무릎은 말할 것도 없고 팔꿈치와 엉덩이도 수십 번을 덧대서 꿰매 입어야 했다. 만화니까 여기에 더해야 한다. 친구들이 부는 입김에도 교복은 헤져서 구멍이 나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결국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주인공인 기철이와 친구들은 찐빵 가게에서 밀가루 포대를 구하고 시장에서 염색약을 사고 양복점에서 교복 재단한 종이를 얻어 새 교복을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보기엔 마냥 재밌는 에피소드이다. 나도 처음 볼 때는 그랬었다. 바람에 헤어지는 옷이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엄마의 교복 이야기를 듣고는 그 만화가 재밌지 않았다. 교복이 뜯어지고 헤질 때마다 웃으며 바늘을 꺼내 교복을 기워 입는 명구의 마음속이 어땠을지 한숨이 나왔다.

     

어쨌든 엄마의 교복은 그렇게 준비되었고 체구가 작은 엄마의 몸 덕택에 졸업할 때까지 다른 교복이 필요치 않았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엄마의 몸이 알아서 성장을 더디게 한 건 아닐까. 쑥쑥 자라면 더 큰 교복이 필요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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