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압니다. 저는 어린대요. 제 난소는 10년 늙었다고 해요. 그렇다고요
다소 어린 나이에 난임시술을 진행하기 위해 난임 휴직을 시작하면서 많은 난관에 봉착하였다.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아래와 같았다.
벌써? 아직 어리지 않나?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 편히 기다려봐
난임시술에 대한 응원이 아닌, '나이'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물론 나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나의 결정이 너무 이르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말할 수 없지만 충분히 납득되는 '속사정' 또한 내 안에 있다.
그래서 매 순간 사람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답답함이 공존한다.
시험관? 아직 어리잖아요.
난임을 겪게 되면서 무엇하나 쉽지 않다고 느껴지는 시간들이 있었다. 바로 난임병원에 다니게 되면서 회사에 난임휴직을 신청하려 할 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때가 심했다)
면담을 진행하며 주변의 반응 중 가장 큰 반응은 '아직 어린데...'이었다.
요즘 만혼이 많고 아이들도 늦게 가지거나 안 가지는 경우가 많기에 30대 초반에 아이가 가지지 않아 걱정하는 것은 예민한 걱정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감사한 반응도 물론 있었다. 팀장님은 사려 깊게 나의 고민을 들어주셨고, 일보다는 가정의 고민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마음 편하게 휴직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지금도 참 감사하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결정이 다소 빠르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나의 상태로는 아이를 가지기 위한 시간은 금이었다.
난임병원을 갔을 때 내 난소나이는 (AMH라고 부른다) 현재 내 생물학적 나이보다 10살이나 많은 40대 초반이었다. 나에겐 시간이 금이었고, 현재도 금이다. 판정을 받고 난임병원 진료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AMH란? : AMH란 Anti-Mullerian Hormone의 약자로 뮬러관을 퇴화시키는 호르몬이라는 의미다. 뮬러관이란 엄마 뱃속 배아 단계일 때 여성의 생식기관으로 발달하게 되는 관이다. 이런 AMH가 검사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난소의 기능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AMH (건강용어사전)
저는 어린대요. 제 난소는 아니래요
10살 연상 난소와의 동거
작년 초, 난임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통해 (혈액검사, 나팔관조영술 등) 내린 결과는 원인불명의 난임이며, 나의 현재 상태는 '난소기능저하'였다.
앞서 설명한 대로 나의 생체학적 나이와는 별개로 나의 난소나이 자체가 많은 것이었다.
'난소 나이가 많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로 설명이 되냐면..
여성은 평생 쓸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며, 난자를 새로 만들 수는 없고 평생 가지고 태어난 난자를 소진하며 삶을 살아간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난자의 수가 감소하게 되며 가임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남들보다 임신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 앞으로 안정적으로 임신할 수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이 없다는 것을 뜻했다.
물론, 35세 미만 여성들에게서 난자의 개수가 적다고만 해서 무조건 임신이 어렵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신체적'인 나이가 어리기에 난자 질은 좋은 편이기에 임신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서두르라는 의미라고 받아들이라 한다.
병원에서 위와 같은 설명을 들은 후, 딱 처음 든 감정은 '억울함'이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나의 신체적 '결함'이라고 느껴졌기에 있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극소수의 사람들을 뺀 나머지분들에겐 말하기가 매우 꺼려지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속사정'을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이가 어리니 걱정하지 말라는 천하태평한 위로는 종종 비수가 되어 마음에 꽂혔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나의 속사정에 대한 답변이다.
네 알아요. 저 말고 제 난소가 나이가 많대요
저에겐 시간이 곧 금이니,
저의 결정을 조용히 그냥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