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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계절 Jun 21. 2024

잠자는 '시험관' 공주

'상급배아' 만들기 프로젝트 1편: 수면  

디즈니 공주 시리즈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항상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존재이다. 과거 포스팅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나는 '디즈니' 특유의 환상적이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매우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잠'에 관련된 디즈니 만화가 있다. 바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이다. 워낙 인기가 많은 만화인지라 주인공 외에도 악역인 '말레피센트'까지 따로 디즈니 영화로 나올 정도였다. 


주인공 오로라 공주는 16살에 말레피센트의 소행으로 물레에 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게 되어 위기를 맞지만 결국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다. '잠'이라는 소재가 이 만화에서는 저주로 표현되지만 한편으론, 왕자를 만나게 하는 또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나 또한 시험관을 하며 좋은 배아를 만들기 위해 깊은 수면이 필요했다. 마치 '이쁜 아가'를 만나기 위한 매개체로 잠이 꼭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리하여,
잠자는 '시험관' 공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출처: 핀터레스트 (Rachel 포스트) 



10시 이전에 수면하기, 멜라토닌과 함께 



새로운 병원에서 시험관 5차 '난자 채취'를 앞두고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철저하게 지킨 생활습관은 앞서 말한 대로 4가지 (수면/당질제한/야채&단백질 위주의 식사/영양제 NMN복용)이었다. 


그중에서 첫 번째로 지켜진 것은 수면이었다. 내가 수면의 중요성을 느낀 것은 시험관 카페에서 읽은 성공 후기들 덕분이었다. 여러 회차의 시험관 차수를 거쳐 성공을 하신 분들의 공통적인 생활습관은 '수면'이었기 때문이다. 


이 수면 습관은 '10시 전에 잠이 드는 것'이었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나오는 호르몬이 난자의 질을 더욱 좋게 만들어준다는 의견 때문이다. 


마침, 교수님께서도 난자 채취에 도움이 된다면서 멜라토닌 약을 처방해 주셨다. 멜라토닌의 성장호르몬이 난자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 주시며 자기 전 하루에 1알씩 먹으라고 처방해 주셨다. 교수님께서는 성장호르몬으로 인해 처방해 주신 약이었지만 멜라토닌은 '잠'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었기에 나의 수면 습관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다. 


9시 30분 정도에 멜라토닌을 먹은 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10시 전에는 침대로 가서 잠을 청하기 시작하였다. 


출처: 핀터레스트 




생각보다 복잡한 '잠'에 관하여 



처음에는 10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은 어느 누가 봐도 매우 바람직한 생활습관이라 여겨지지만, 성인이 된 이후 매일매일 10시 전에 반드시 잠자리에 드는 것은 꽤 어려웠다. 


첫 번째, 저녁 시간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를 다니지 않고 휴직을 하고, 남편은 회사를 다니고 있기에 서로의 생활패턴이 조금 삐걱거리게 되었다. 


퇴근하는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 7시 반에서 8시, 함께 설거지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하면 8시 반, 조금 TV를 보게 되면 금방 9시가 넘어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돼버리니 내 입장에서는 저녁을 좀 빨리 먹어야 하나 생각도 들었고, 남편 입장에서는 회사를 다녀온 후 너무 빨리 잠자리에 들어서 개인시간을 가지지 못함에 불편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보다 난자질 개선, 좋은 배아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남편도 적극적으로 아래 패턴을 함께 맞추어 나갔다. 


남편에게 매우 고마웠다. 
시험관의 여정을 함께 하며 더욱 사이가 단단해지는 것 같다. 


채취를 앞둔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남편은 대부분의 날들 동안 회사에서 늦지 않게 퇴근하여 나와 함께 저녁을 먹었고, 개인시간을 포기하면서 나와 함께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혹시나 거실에서 개인시간을 가지게 되었을 때, 소리나 빛이 새어 들어와 내 숙면을 방해할까 봐서였다. 


두 번째, 10시 즈음 잠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항상 자는 시간대가 보통 11시~12시 정도였으니, 9시 반에 씻고 10시 전에 누우니 처음엔 멜라토닌을 먹어도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안 오니 불안해졌다.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이 드니, 불안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오늘 하루 늦게 잠들게 되면 수면 패턴을 놓치게 되는데.. 그럼 채취할 난자 상태가 안 좋으려나? 그럼 배아질이 나빠질 텐데... 


결국 난 시험관에 또 성공하지 못하려나? 이럼 안돼.. 빨리 자야 해 아 왜 이렇게 잠이 안 오지? 어머 벌써 10시 반이네 잠이 들어야 하는데.. 등등 불안한 생각의 꼬리를 물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숙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자기 30분에서 1시간 정도부터 내가 자는 공간은 스탠드만 켠 상태로 어둡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이나 TV등과 같이 시각적 노출을 멀리하였다.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좀 늦게 잠들 수도 있지 괜찮아'라는 마인드셋을 하며 하루하루 수면시간을 지켜나갔다. 


출처: 핀터레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자는 '시험관' 공주 



그러자,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주일 정도 지나자 9시 반에 멜라토닌을 먹고 10시 전에 누우면 잠이 솔솔 오면서 숙면을 취했고 5시~6시 정도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몸도 점차 새로운 수면패턴에 맞추어가며 9시 정도가 되면 슬슬 졸리기 시작하였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습관이 생기니, 저녁생활을 즐기긴 어려웠지만 상쾌한 새벽시간을 즐길 수가 있게 되었다. 그 시간에 일어나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아침시간이 많아지니 운동을 하고 햇빛을 쬐며 더 숙면을 취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나갔다. 


남편과 함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시간의 스마트폰과 TV의 유혹을 조금만 벗어나면 기분 좋은 단잠과 상쾌한 아침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자는 '시험관' 공주 생활 은
나의 중요한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언젠간 눈을 뜨면 눈앞에 있을 나의 소중한 '아가'를 만나기 위해, 채취를 앞둔 시간 속 하루하루 나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눈을 감고 일찍 잠을 청하였다. 


결국 디즈니 만화와 마찬가지로, 


나의 잠자는 '시험관' 공주 생활도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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