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게 힘들었던 시절, 그래도 하늘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면 위안이 좀 됐다. 정말 날씨가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이렇다면 파리 생활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물론 실수였다. 곧바로 겨울이 됐고,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힘들어졌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와서 내가 만났던 날씨는 1년에 10일이 채 안 되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잠깐 만날 수 있는 무지개 같은 날씨였다. 매일 파리의 풍경을 담다 보니 파리 날씨 좋다는 인식이 꽤 막연한 고정관념이며, 변화무쌍한 날씨나 겨울 암흑기는 둘째치고 빛의 세기가 제각각이라 정작 4K HDR급 날씨를 보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금요일부터 오늘 낮까지 최적의 파리 날씨가 찾아왔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씨가 아닌데, 이맘 때 파리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집으로 돌아가서 정말 파리의 날씨는 환상적이더라 라고 이야길 전하고 있을 게다. 실제로 이런 날은 누구나 근사한 파리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난 오르세미술관을 찍었다. 요즘 행시도 많고 숙박비도 오르는 게 다 이유가 있다. 파리의 황금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