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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May 06. 2024

초등 퇴직교사 분투기

7회 2024년 5월 6일

<도덕 수업에 관하여> 


도덕 수업은 BTS의 Answer: Love myself 이다.


눈을 뜬다 어둠 속 나

심장이 뛰는 소리 낯설 때

마주 본다 거울 속 너

겁먹은 눈빛 해묵은 질문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중략-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내 숨 내 걸어온 길 전부로 답해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정답은 없을지도 몰라

어쩜 이것도 답은 아닌 거야

그저 날 사랑하는 일조차

누구의 허락이 필요했던 거야

난 지금도 나를 또 찾고 있어 

-중략-

I'll show you what i got

두렵진 않아 그건 내 존재니까

Love myself

-중략-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야~)


5학년 2단원 3차시의 학습목표는 '나의 삶을 바람직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감정과 욕구를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기'이다. 수업지도안을 짜면서 BTS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이 노래로 학습 정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의 마지막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22년 말 병가와 휴직으로 교직 생활을 마감하면서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매달 아내와 여행을 다니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정년퇴직을 못했다는 자책,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위선, 아주 유명하고 훌륭한 초등교사가 되겠다는 허황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괴로웠다.


사대부초에서 도덕 강사를 구한다는 공고문은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격언을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다른 쪽 문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열고자 하는 사람이 손잡이를 잡은 후 돌리고 열어야 한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서류를 갖춰 메일로 보냈다. 며칠 뒤 면접을 보러 오라는 문자는 지난달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2월 중 학폭 조사관 면접 후 2시간을 걸어 지하철 역 근처 해장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다. 

이때 느꼈던 감정이 '씁쓸함'이다. '씁쓸함'의 뜻은 '유쾌하지 못하고 언짢은 감정'이다.


다행이다.


5, 6학년 도덕 강사를 선택한 것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담임으로서 도덕을 가르칠 때와 달리 한 교과만을 연구하고 지도안을 짜고 같은 수업을 5번 반복하는 것은 수업 내용을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나 자신이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너무 좋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감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했던 나 자신을 후회하기도 하고 남은 인생은 이런 후회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지도안을 짠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재미있고 의미 있게 느낄 수 있도록 지도안을 구상한다. 도덕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재미있는 수업을 지향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22년의 쓰라린 기억을 지우는 중이다.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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