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2022년 11월 11일
내가 기억하기론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아이들과의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가 교감을 만났다. 1일 병가를 갑자기 내게 되었고 2023년 명예퇴직 안내 공문에 따라 교감이 준비한 관련 서류에 몇 번 사인을 했다. 개인적 이유로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자격 조건을 확인했으며 관련 서류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정년퇴직을 목표로 정말 명예롭게 퇴직하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지옥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드는 11월이 되고 말았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내가 맡고 있었던 4학년 2반에 시간 강사가 2주일 동안 담당하게 되었다. 그 후론 2주씩 진단서를 첨부한 병가를 낸 후 마지막엔 병휴직 2개월로 교직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학년말 생활기록부 완결을 위해선 기간제 교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34년에 가까운 초등교사 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교실로 올라와 개인적 짐을 정리하는 동안에 22년에 발령받은 신규 안 00 선생님이 "부장님~"하면서 교실 문을 노크했다. 어제 소식을 들었다면서 "올해 부서 업무를 자세히 가르쳐주시고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면서 작은 선물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받고는 교실에 있는 교육 도서 중에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을 가져가도록 말했다. 신규 선생님은 몇 가지 책을 고른 후 교실 문을 나갔다.
이후 교장실로 가 위 00 교장에게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린 미안함을 말했다. 교장은 더 오래 근무하지 못해 서운하다고 한다. 개인 짐을 들고 교문을 나선다. 이렇게 34년 간의 교직 생활을 정리하면서 교문을 나서는 심정은 막막했다.
아, 이후 나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