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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Apr 20. 2024

초등 퇴직교사 분투기

3회 2022년 11월 11일

내가 기억하기론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아이들과의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가 교감을 만났다. 1일 병가를 갑자기 내게 되었고 2023년 명예퇴직 안내 공문에 따라 교감이 준비한 관련 서류에 몇 번 사인을 했다. 개인적 이유로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자격 조건을 확인했으며 관련 서류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정년퇴직을 목표로 정말 명예롭게 퇴직하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지옥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드는 11월이 되고 말았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내가 맡고 있었던 4학년 2반에 시간 강사가 2주일 동안 담당하게 되었다. 그 후론 2주씩 진단서를 첨부한 병가를 낸 후 마지막엔 병휴직 2개월로 교직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학년말 생활기록부 완결을 위해선 기간제 교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34년에 가까운 초등교사 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교실로 올라와 개인적 짐을 정리하는 동안에 22년에 발령받은 신규 안 00 선생님이 "부장님~"하면서 교실 문을 노크했다. 어제 소식을 들었다면서 "올해 부서 업무를 자세히 가르쳐주시고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면서 작은 선물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받고는 교실에 있는 교육 도서 중에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을 가져가도록 말했다. 신규 선생님은 몇 가지 책을 고른 후 교실 문을 나갔다.


이후 교장실로 가 위 00 교장에게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린 미안함을 말했다. 교장은 더 오래 근무하지 못해 서운하다고 한다. 개인 짐을 들고 교문을 나선다. 이렇게 34년 간의 교직 생활을 정리하면서 교문을 나서는 심정은 막막했다.


아, 이후 나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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