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다고 말하지 말자
밀린 숙제(?)를 하느라 밤 10시경 퇴근을 했다.
집에 오니 갑자기 배가 무지무지 고팠다.
사무실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허기.
그냥 출출한 게 아니라,
속이 텅 빈 것처럼 허기가 졌다.
무언가를 채워야만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조용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먹을 게 없어 보였다.
어제 주문했던 콩물이 방금 배달되어 왔다.
한 개 꺼내어 마셨다.
요기가 되지 않았다.
서랍을 열어 쟁여둔 햇반을 꺼냈다.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 결심했다.
오늘은 두 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개는 김치찌개와 먹고,
또 다른 한 개는 뜨거운 물에 데친 스팸과 먹어야지......
죄책감을 덜고자 '스팸은 끓는 물에 데치자!'
데친 스팸을 예쁘게 자를 틈도 없어 숭덩숭덩 썰어
그 위에는 고급진 ‘먼치페퍼’를 살짝 얹었다.
먼치페퍼와 스팸 위에 뿌려놓은 깨소금
몇 알이 마치 위로처럼 빛났다.
그리고 화이트 와인을 꺼내어 예술적으로 코르크를 땄다.
위로하듯 뱉어내고 나니 마음 한편이 나에게 조용히 묻는다.
아니다.
나는 배고픈 나를 외면하지 않았고,
이왕 먹는다면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먹고 싶다.
허기를 채우는 일은,
어쩌면 삶을 지키는 작은 의식일지도 모른다.
난 촛불도 한 개 켜고 싶었다.
참았다.
아들이 방에서 나오다가 놀랄까 봐......
누구도 나의 식탁을 비웃을 수는 없다.
김치찌개 한 그릇과 스팸 한 접시,
그리고 햇반 두 개는 오늘 하루를 버틴
나에게 주는 정당한 위로이자 포상이다.
그러니까, 어리석다고 말하지 말자.
그건 따뜻한 한 끼였고,
나를 위한 작고 조용한 축제였다.
오늘 하루 종일 삼시 세끼와
오전간식과 오후간식까지 빠짐없이 잘도 먹었다.
그래도.......
내일은 더 맛있는 무언가로
나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suno.com/s/AAWZcCVdzMNKWaBb
햇반 두 개의 밤
작사:콩새작가
작곡: 수노
[1절]
배고픔이 문을 두드린 밤
조용히 꺼낸 나의 작은 위로
하얀 그릇, 김치찌개
익숙한 온기가 날 감싸네
[2절]
스팸 한 조각 숭덩숭덩
깨소금 뿌려 웃음 한 점
먼치페퍼 살짝 얹어
고요한 식탁이 노래가 돼
햇반 두 개쯤은 괜찮아
오늘 나, 좀 힘들었잖아
이건 어리석은 위로가 아냐
내 마음 채우는 다정한 밤
누가 뭐래도 나만 아는
고단함이 있는 저녁
혼자라도 괜찮아
나는 지금 나를 안아줘
햇반 두 개쯤은 괜찮아
소박한 한 끼, 내 작은 축제
이건 어리석은 선택이 아냐
오늘을 살아낸 나의 찬가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그릇 너머로 나를 본다
“잘했어”라며 속삭이는
햇반 두 개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