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니까 좋다

by 남궁인숙

꼬박 5일 동안 책상에 앉아 엉덩이에 종기가 생길 정도로 줌(zoom)을 통해 매일 8시간씩 원장 직무교육을 받았다. 얼마나 엄격하게 교육 관리를 하는지 얼굴이 화면에 잠시 없어지면 교육담당기관에서 전화가 온다. 화면 안으로 들어와 있으라고....... 안 보이면 결석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꼼짝 못 하고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집어넣고 앉아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노트북과 컴퓨터 모니터 한 개 앞에 두고, 노트북에는 얼굴을 내밀고, 손은 끊임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화면 내용과 상관없는 작업을 한다.

그래도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팔이 저리고, 어깨는 아프고, 허리는 끊어지듯 쑤시고, 결국 오후가 되니 종아리 마저 붓는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화장실도 자주 가고, 간식도 먹으면서 몸을 배배 꼬다가 비틀기로 40시간을 버텼다.

어떻게 40시간을 채웠는지 모르게 일주일이 휘리릭 지나간다. 견디니 이 또한 지나간다.



교육 마지막 두어 시간을 앞두고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뭐해? 어디 좀 가자!"

"난 직무교육받는 중인데 어디를 가?"

"그러니까 어디든지 힐링하러 가자!"

'어디 가자'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이면서 힘이 솟는다.
"그래? 기다려봐! 먼저 호텔이 있는지 찾아보고 연락 줄게."



잠시 후 후다닥 인터넷을 뒤져 평창과 대관령 사이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였다.

"지금 데리러 갈 시간 없으니까 사무실로 택시 타고 와."

교육이 종료되자마자 교직원들과 인사 나눌 시간도 없이 어느 사이 사무실 앞에 와서 설렘으로 상기된 채, 낼 수 있는 멋을 잔뜩 부리고 기다리는 친구와 함께 강원도를 향해 질주해 갔다.


친구는 혼잣말처럼

"나오니까 좋다...."라고 한다.

나는 친구의 말을 거들면서

"우리 어린이집에 있는 동화책 중에도 '나오니까 좋다'라는 제목이 있어. 사람이든 동물이든 집 밖을 나오면 좋은 거야."

차 안은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오니까 좋다."



사진출처 - 교보문고


두 시간을 달려가자니 배가 고파진다. 호텔 식당에 전화해서 저녁을 언제까지 하는지 물었더니 8시면 마감이라면서 호텔에 들어오기 전에 시내에서 드시고 오라고 한다.

우리는 저녁 식사할 곳이 있는지 찾아 헤맸다. 평창 IC로 내려갔다가 다시 원주 쪽으로 다시 강릉 방향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한참을 헤매니 네온사인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입간판이 눈에 띈다. 주차하고 식당 이름을 읽어보니 24시간 운영하는 토종 한우 전문점이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원형 식당은 마치 고급 식당에서 직원들이 서빙하는 것처럼 친절하게 숯불 위의 고기를 구워주면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을 해준다.

고기도 맛있었지만 맛도 좋고, 보기 좋은 오래 잘 숙성된 항아리 동치미에 홀려 정신없이 한우로 배를 채웠다.


호텔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받아 체크인을 하고 야경이 멋있는지 커튼을 열어 내려다보니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친구는 "아무렴 어때? 깨끗한 침구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한다.

밤을 새우기로 작정하면서 준비한 와인을 마시면서 밀린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우리는 그만 습관처럼 12시가 되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조식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갔다.

밤에 보지 못했던 호텔 손님들이 레스토랑에 가득하다.

우리가 늦게 입실해서 못 봤나 보다.

레스토랑에는 현란하게 즐비한 음식들이 나의 눈동자를 사방팔방으로 스캔하게 하면서 침샘이 고이고, 위장은 요동치며 조바심 내게 한다.




산해진미가 가득한 아침 식사를 맛있게 하면서

"내가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호텔에서 먹는 블랙퍼스트 때문이야."라고 했더니 친구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호텔 블랙퍼스트를 예찬하면서 접시를 세 그릇째 비우고, 커피 한잔 내려서 마시자 그제야 밖이 보인다. 오늘도 역시 화창한 초여름 날씨,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발왕산 케이블카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니 발왕산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티켓을 준다. 티켓을 가지고 발왕산 케이블카를 탔다. 정상에 오르니 높이 때문인지 바람이 세다. 누가 뭐라든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스카프로 모자를 동여맸다.

군데군데 포토존이 있어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였다. 친구와 나는 스카이 워크도 올리가 보고, 거칠게 부는 바람으로 허리 위로 치맛단이 올라가는 바람에 마릴린 몬로처럼 예기치 못한 작품사진도 남기고, 즐거운 시간을 갖었다.

산책로가 있어서 산책길로 들어서니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잘 될 거라 믿어요.'라는 표지판이 관광객을 위로한다.

그래, 힘들면 좀 쉬었다 가는 게 인생이지.......

"정말 나오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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