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요

by 남궁인숙

내게서 도움을 받았던 그녀가 원하던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요.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몇 달 뒤 그녀는 나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 "언제 밥 한번 먹어야 되는데.... 전화할게요."라고 말하고 다시 떠나갔다. 그러기를 서너 번, 나의 도움에 신세 진 것이 부담되는 것인지 만날 때마다 그녀는 밥을 한 번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서 밥 먹자는 말을 너무 남발하는 것은 아닌 것은 아닌지.......

그녀가 나를 만날 때마다 하는 말, ' 한 번 먹자'라는 말은 한국인이 반가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이다. 배곯았던 과거의 아픈 인사말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가 못 살던 시절에 늘 하던 "밥 먹었어요?" 또는 "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이 있다.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저분은 밥을 제대로 먹었을까?' 궁금해하면서 묻는 인사말이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남자가 여자 주인공한테 프러포즈할 때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어요"라고 한다. 남녀가 호감을 나타낼 때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문장이다. 밥은 그만큼 호감을 주는 단어다.

만약에 서양 사람들에게 '밥 한번 먹어요"라고 인사를 했다가는 그 사람들은 한 달 내 내 기다릴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밥 한번 먹어요"라는 인사말을 잘 이해 못 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누군가 오랜만에 만나서 헤어질 때 "우리 언제 만나서 밥 한번 먹자"라고 하는 것은 그헤어지기 겸연쩍어서 하는 인사말 일 것이다.

요즘 나는 이런 인사말이 싫다.

그냥 '언제 어디서 만나 우리 밥 먹어요.'라고 약속하면서 정확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지나가는 빈말로 밥 먹자고 하는 건 너무 성의가 없어 보여서 싫다.


"햄버거 먹어요"라고 하지 않고 “밥 한 번 먹어요”라고 인사하는 것은 밥이 그만큼 중요하고, 밥으로 안부를 묻는 우리 민족성과 관련 있는 친근한 인사말이다.

"밥 살게요!"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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