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구축 아파트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하였다.
이 단어는 '뼈를 바꾸고 태를 빼앗는다'는
의미가 있다.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이나 성질이
근본적으로 완전히 달라짐을 뜻한다.
바로 우리 집이 인테리어 장인의 손길과
조명을 통해 공간이 환골탈태했다.
좁은 집에 산다는 것은 '공간 선택'의
기술을 요구한다.
무엇을 들이고 무엇을 비울지, 그 기준이
곧 삶의 태도가 된다.
그런데 나는 그 기준을 조금 바꿨다.
짐을 없애는 대신, 빛을 들였다.
공간을 넓히지 못한다면, 감각을
확장하면 된다고 믿었다.
거실, 주방, 현관. 집 안 곳곳에 내가
좋아하는 전등을 달았다.
하나의 조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내 취향이 아니다.
빛은 하나로는 부족하다.
빛은 겹쳐질 때 분위기가 생기고,
방향을 달리할 때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우드 조명은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나무의 결을 따라 퍼지는 빛은
사람의 마음을 느슨하게 만든다.
주방 한편에 걸린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은
낮과 밤의 표정을 다르게 만든다.
낮에는 색을 품고, 밤에는 색을 흘린다.
유리풍선 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가볍게 떠 있는 빛, 투명한 형태 속에서
공간은 한층 부드러워진다.
좁은 집에 이렇게까지 조명이 필요
하냐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공간의 크기는 면적이 아니라
감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빛이 닿는 자리마다 집은 다른 표정을
갖는다.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에 따라 다른
집이 된다.
조명을 켠다는 것은 단순히 밝히는
일이 아니다.
그날의 기분을 선택하는 일이다.
따뜻한 빛을 켜면 하루가 조금
부드러워지고,
은은한 빛을 켜면 생각이 깊어진다.
빛은 눈에 보이지만,
결국 마음을 비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위치를 하나씩
눌러본다.
좁은 집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빛들로
채워진 이 공간은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충분하다.
빛이 있는 곳에서,
나름 즐겁게
그리고 가장 나답게 살아간다.
빛은 이 집의 중심에 있다.
공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명의 표정이다.
거실 창가 앞,
두 개의 붉은 의자는 마치 작은
무대처럼 놓여 있다.
놓을 공간을 찾지 못해 허둥거리다가
거실 창 맨 앞에 주인처럼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 친구를 만들어서 차 한잔 해야
할 듯한 포즈다.
그 위에 내려앉은 우드 조명은 전등
이라기보다는 구조를 가진 오브제다.
나무 조각들이 맞물려 만든 구의 형태는
빛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는다.
한 번 걸러서, 부드럽게 흘려보낸다.
그래서 이 공간의 빛은 강하지 않고,
대신 오래 머물게 된다.
커튼 뒤로 보이는 밤의 어둠과
실내의 따뜻한 조명이 겹쳐지면서
집은 하나의 장면이 된다.
고개를 들면 또 다른 빛이 있다.
유리풍선 등은 다양한 컬러를 품고 있다.
투명한 구 안에 담긴 색들은 빛을 만나면서
살아난다.
파랑, 보라, 노랑, 주황.
빛은 단순히 밝히는 역할을 넘어서
공간에 리듬을 만든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빛이다.
아일랜드 식탁 위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은 조금 다르다.
이곳의 빛은 기능 위에 감성을 얹는다.
식기를 씻고, 물을 쓰는 일상의 자리에도
컬러가 스며든다.
빛이 떨어지는 자리마다 평범한 동작이
조금 더 특별해진다.
그리고 손에 들린 와인잔.
짙은 색의 와인이 조명과 마주하는 순간,
빛은 또 한 번 변한다.
유리를 통과한 빛과 와인의 컬러가 겹치며
하나의 또 다른 컬러를 만들어낸다.
이 집은 넓지 않다.
그러나 빛의 층이 여러 겹 쌓여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은 단조롭지 않다.
조명을 설치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둠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빛을 통해 공간의 성격을 정하는 일이다.
이 집은 분명 작지만
빛으로 부연 설계된 집이다.
그래서 결코 좁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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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
좁은 방 한편에 불을 켜면
오늘의 마음이 먼저 밝혀져
커튼 너머 어둠은 멀어지고
빛은 천천히 내게 머물러
붉은 의자 위에 앉은 시간
우드빛 온기가 나를 감싸
작은 집 안에 여러 개의 밤
나는 그 사이를 걸어간다.
라라라
빛을 켜면 집이 넓어진다
내 마음까지 함께 번진다
작은 공간, 여러 개의 빛
그 안에서 나는 살아간다
빛을 따라 하루를 건너
나를 비추는 나의 방식
좁은 집도 괜찮다
이 빛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