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열광하는 ‘명품’에도 등급이 있다고?

명품에도 골품제가 있단다.

by Francis Lee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온라인 '명품' 시장이 2020년에도 성장하는 데 한국의 MZ세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20년 한국의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가 1조 5,9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정도 성장했단다. 물론 전체 명품 시장 규모는 14조 9,964억 원으로 전년(15조 122억 원) 대비 줄기는 했지만 겨우 0.1%(158억 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세계적으로 2020년 명품 시장이 전년 대비 18.63% 줄어든 것에 비해보면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명품 시장에서 MZ세대가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액 비중의 절반 이상을 MZ세대가 차지했다고 한다. 대단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과 코로나 사태로 명품 시장이 20% 가까지 주저앉았음에도 한국의 명품 시장은 거꾸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MZ세대가 명품 구매와 관련하여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이른바 ‘파정’이다. 뭔가 해서 알아보니 ‘파워 정품’이란다. 명품에도 등급이 있나? 그냥 명품 정품도 모자라 그 앞에 ‘파워’를 붙여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이런 식으로 진화하다 보면 결국 ‘울트라 파워 캡숑’ 정품 명품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렷다. 시대가 변하니 언어도 변해야지.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그런데 외국의 한 명품 관련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주요 계층의 신상명세가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평균 나이는 43세, 연평균 수입은 136,000달러(약 1억 6천만 원),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 자산은 1백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이다. 그렇다면 명품을 구매하는 주류가 40대 초반의 월급이 1,400만 원 정도이고 주식이나 은행 또는 투자 부동산과 코인에 묻어 둔 현금이 12억 이상 되는 사람인데... 한국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MZ세대가 이 정도 재산을 지니고 있다고?

통계 자료를 보면 일단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한국 남자의 평균 월급이 643만 원이다. 평균 명품족의 절반도 안 된다. 20~30대는 더 형편없어서 대기업에 다녀도 300~500만 원대이다. 물론 최정상의 이른바 명품 대기업은 이보다 좀 더 높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20~30대에 연봉이 1억이 넘는 MZ세대가 과연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전체 20대 평균 소득은 208만 원이다. 30대는 301만 원이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각각 2,500만 원, 3,600만 원 정도다. 아무리 계산을 해보아도 명품 구매 주요 계층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이 명품족에는 이른바 '금수저'들이 많은가? 다시 한 은행이 서울과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발표한 통계 자료를 보자. 30대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순 자산은 5,000만 원 정도이다. 2020년 가구당 총자산을 보아도 특별할 것이 없다. 40대 가구로 부동산 포함 총자산이 11억을 넘기면 한국의 상위 10%에 속하게 된다. 약 500만 명이다. 1%에 속하려면 총자산이 30억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산 규모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65% 정도 되므로 이를 반영하면 현금 자산은 10억이다. 위에서 말한 명품 소비 평균 고객의 기준에 드는 수준이 한국에서는 자산이 30억 이상 되는 계층이다. 숫자로는 50만 명이다. 서울의 강남구 인구가 54만 명 정도이니 딱 이 정도이다. 그리고 이들의 연평균 소득이 2억 2천만 원이니 명품을 구매하는 ‘자격’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MZ세대는 아무리 이리저리 재보아도 금수저 출신이 아닌 이상 재산 규모가 이 근처에 이르지 못한다. MZ세대는 한국 인구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천만 명 정도라는 소리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아도 이들 가운데 1% 곧 2만 명 정도만이 ‘마음대로’ 명품을 구매할 여력이 있다. 그리고 MZ세대가 명품 구매 고객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7조 원을 2만 명 정도가 지출했다는 말인데... 말이 안 된다. 한 사람이 1년에 3억 5천만 원을 명품에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오니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소득이나 자산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데도 상당한 수의 MZ세대가 무리해서 명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겠다.

왜 MZ세대는 무리해서 명품을 구매하는가?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이 허영이다. 플렉스 하고픈 마음에 일단 지르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일 리가 없다. 7조 원 규모의 지출을 단순히 허영에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체면도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말이다. 특히 외적인 조건이 사실상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체면치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명품 소비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MZ세대가 정한 혼인 조건을 보면 적어도 서울에 전셋집은 있어야 하고, 호텔이나 예식장에서 번듯하게 식을 올려야 하고, 신혼여행은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자료에 보면 한국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이 1인당 5천만 원, 부부 합산 약 1억 원이다. 월 수입 3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도 1인당 4천만 원을 쓰고 8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1인 당 7,200만 원을 지출한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평균값 6억을 계산하면 결혼하려면 7억이 든다는 말이다. 전국 평균 전세가는 3억이다. 물론 통계의 함정이 있다. 서울에는 1억 원으로 살 집도 있다. 1975년에 지어진 전용면적 12평의 시흥아파트가 그렇다. 또한 2012년에 지어진 전용면적 3.7평의 진명비베레 아파트도 1억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집에 신혼부부가 산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너무 멀리 갔다. 다시 명품 구매로 돌아가자.


그러고 보니 명품에도 등급이 있단다. 먼저 상표로 나뉘는 등급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복잡하고 개인에 따라 의견 차도 있으니 그냥 간단히 값으로 정하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등급을 정하면 천상계에는 Hermes가 있고 중간계에는 Brioni, Goyard, Devaux, 그리고 지상계에는 Dior, Chanel, Louis Vuitton, Prada가 있다. 그리고 길바닥에는 Coach가 있단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기준이 돈이니 Coach를 들고 다닌다고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당당해지자!


여기서 더 나가서 영국 신문이 보여준 명품 피라미드는 아예 Leview나 Graff와 같은 주문 제작 명품을 최정상에 올려놓고 있다.



이거 어쩐지 낯이 익다. 신라 시대에 17개 등급으로 나눈 골품제도의 위계표와 유사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 MZ세대가 열광하는 것은 이런 고전적인 서양 것도 있지만 특이하게도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태어나 원폭으로 엄마를 잃은 디자이너 잇세이 미야케의 물건도 있다. 사실 MZ세대 이전에 분당 아줌마들이 이미 이른바 ‘분당 백’으로 유행시켜버린 바오바오 백이 이 사람 작품이었다. 그러나 MZ세대도 대를 이어 일본 디자이너에 충성하는 맘에서 잇세이만이 아니라 메종 키츠네와 꼼데 가르송도 즐긴다. 플랙스다. 물론 일본 물건을 소비한다고 해서 다 친일 매국노는 아니다. 그러나 '나만의' 개성을 중시한다는 MZ세대가 그들의 엄마들의 ‘분당 백’과 마찬가지로 집단의식에 쓸린 비주체적인 소비에 몰두한다. 남이 입으니 나도 입는 것이다. 천하의 MZ세대가 말이다. 지금 강남과 분당 학원가를 가보라. MZ세대가 뭘 입고 다니는지 보면 내 말을 잘 이해할 것이다. 참 별일이다.

도대체 왜들 이럴까? 한국인들은 뼛속 DNA까지 사대주의에 젖어 있기에 MZ세대도 어쩔 수 없는가? 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일제 물건을 소비한다고 친일 매국노는 아니다. 그러나 물질은 정신을 지배한다. 내가 육체를 위해 소비하는 것이 나의 정신을 규정하는 것이다. 로마 속담에도 mens sana in corpore sano라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나는 여기서 잇세이의 패션 철학, 나아가 디자인 철학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가 패전 후 미국에 점령된 일본에서 밥 벌어먹는 방법으로 택한 길이니 그의 자유다. 그러나 그의 상품의 맹목적 소비자가 되어버리는, 그것도 잇세이 측에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기라 깜짝 놀랄 정도로 그의 상품을 ‘분당 백’을 만들어 버리는 ‘일부’ 한국인들의 정신세계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개성을 중시하고 ‘꼰대’를 경멸하면서도 잇세이를 광적으로 소비하는 MZ세대의 행태는 더 이해하기 힘들다.


‘꼰대’를 증오하면서 그 ‘꼰대’가 하는 것, 특히 나쁜 것은 다 따라 한다. 술과 담배에 절고, 룸살롱도 즐기고, 필드가 아니라면 스크린골프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명품’ 가방, 구두, 지갑, 자동차를 소비하며 플렉스 한다. 결국 ‘남’이, 그것도 ‘꼰대’가 하는 것을 다 따라 하면서 그것이 개성 있는 ‘나를 위로하기’란다. 그러느라고 ‘영끌’을 한다. 부동산에만 영끌하는 것이 아니다. 카드로 긁고 나서는 그것을 갚아나가느라고 허덕인다. 결국 명품의 구매가 나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농간에 넘어가 그들이 자행하는 상품을 통한 유혹에 넘어간 과소비일 뿐인데도 말이다. 물론 흔히 말하는 대로 ‘일부’ MZ세대일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MZ세대는 뭘 하는가? 일부는 MZ세대도 환경 보호에 민감하고 어려운 이웃에 관한 관심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야말로 극히 일부다.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활동도 소비 행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 운동도 플렉스를 하기 위한 '환경 상품' 소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MZ세대를 움직이는 것은 부동산이고 양성 평등, 그리고 명품 플렉스다. 결국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이 욕하는 ‘꼰대’와 무슨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그러고도 욕할 자격이나 있나?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도 결국은 남 탓이다. 꼰대들이 집값을 올려놓아 주택 구매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니 ‘욜로’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 된 것도 교육제도를 그리 만든 꼰대 탓이란다. 취직이 안 되는 것도, 나누어 먹을 파이를 작게 만든 꼰대 탓이란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는 삶’을 좋아한다면서 정작 주체적 결단과 책임은 모른다. 그저 엄마나 학원 강사가 하듯이 떠먹여 주기만 바란다. 수동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주는 것을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 그런 삶 말이다.

문제는 바로 이 MZ 세대가 국민의 40%가 넘고 서울 시장 보궐 선거에서 보았듯이 판세를 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들에게 정치가들은 어떤 접근법을 취해야 할까? 윤석열처럼 개와 고양이의 ‘아빠’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이재명과 이낙연이 뭔가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데 서로 물어뜯는 데 정신이 없다. 오늘 보니 황교익을 두고 ‘친일’ 논쟁까지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MZ세대는 그 특유의 ‘남 탓’을 이런 ‘꼰대’들에게 배운 것 같다. 그러니 사실 할 말은 없다.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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