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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ug 29. 2022

독일낭만가도의 시작 뷔르츠부르크

가톨릭의 여운이 영원히 남는 도시

뷔르츠부르크의 마인 강을 가로지르는 알테 마인브뤼케

뷔르츠부르크 (Würzburg)는 바이에른 주의 가장 북쪽에 있는,  742년부터 주교좌가 자리한 매우 유서 깊은 도시이다. 인구는 약 128,000명으로 바이에른 주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이 도시를 가로질러 고즈넉이 흐르는 마인강 위로 12세기경에 세워진 구마인다리 (Alte Mainbrücke)는 도시의 동서를 이어주었다. 그리고 이는 1886년까지 이 도시의 유일한 다리이기도 하였다. 이 다리의 동쪽에는 구도심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마리엔베르크 요새 (Festung Marienberg)가 자리 잡고 있다. 전체적으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이지만 현대적인 면모도 갖추어 여기에 사는 시민들은 물론 여행객에도 불편함이 없다.

 

1525년 농민전쟁 때에 철저히 파괴되었던 뷔르츠부르크에서 그나마 이 요새는 간신히 그 형태를 유지해 냈다. 그리고 전쟁 통에 불이 나서 무너진 요새가 뷔르츠부르크 영주이자 주교였던 폰 메스펠브룬 (Fürstbischof Julius Echter von Mespelbrunn)의 명령으로 재건축되었다.

 

마리엔베르크 요새는 이제 <프랑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뷔르츠부르크가 위치한 지역은 게르만족 대 이동 때 이곳에 정착한 프랑켄족이 살았던 곳이다. 그러서인가? 지금도 여전히 이들 고유의 문화와 사투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프랑켄 (Franken)이라는 이름은 중세 학자인 이시도르 폰 세비아 (Isidor von Sevilla, 560~636)가 만든 것이다. 원래 ‘프랑크’ (frank)는 인도-게르만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욕심, 재빠름, 영리함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프랑켄 지역은 오늘날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북동부와 바이에른 주의 북서부 지역에 걸쳐 있다. 또한 헤센과 튜링엔 지역에도 일부 남아 있다.

  

마리엔베르크요새의 프랑켄 박물관


이 지역을 관통하는 강의 이름이 마인 (Main)인데 1962년부터 1992년까지 건설된 171km에 달하는 마인 도나우 운하 (Main-Donau-Kanal)를 통하여 도나우강과 연결된다. 이 운하는 흑해 연안 루마니아의 콘스탄타와 북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이어주는 매우 긴 물길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뷔르츠부르크에는 역사적으로 서기전 1000년쯤에 켈트족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4세기경부터 시작된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프랑크족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오늘날의 문화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뷔르츠부르크는 주교가 통치하는 도시의 특성으로 중세부터 매우 강력한 가톨릭의 색채를 띠게 되었다. 특히 1603년부터 1630년까지 이곳에서는 마녀 재판이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그 이전인 1590년부터 마녀재판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 재단사로 일하던 뢰더 (Jakob Röder)의 기록에 따르면 1617년 한 해에 만도 300명이 마녀라는 판결을 받고 화형에 처해졌다. 그리고 1626년부터 1631년까지 약 900명이 마녀라는 명분으로 처형되기도 하였다. 사실 그들 가운데 진짜 마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매우 무기력한 여성일 뿐이었다. 주로 과부나 혼자 사는 여자였다.


마녀 화형식이 거행된 뷔르츠부르크의 마리엔카펠레 성당


흔히 개신교에서는 마녀사냥은 가톨릭만이 저지른 것으로 선전한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성공회, 장로교, 청교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녀 사냥을 문자 그대로 미친 듯이 자행하였다. 독일과 스페인에서는 주로 여자들을 마녀로 낙인찍어서 화형에 처했지만 영국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나 마녀사냥을 하는 광기를 보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청교도 목사의 아들로 '마녀사냥 장군'으로 불린 홉킨스(Matthew Hoppinks, 1620~1647)이었다.


흔히 기독교가 박해당한 종교로 선전되고 있지만 그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회의 이름으로 저지른 살육과 범죄는 근세에 이르는 유럽 역사 전체를 피로 물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사실 기독교가 박해받은 기간과 피해는 기독교의 이름으로 저지른 범죄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야훼와 예수라는 신적 존재의 대리자로 자처하는 주교와 신부들, 그리고 그들에 못지않은 수도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기독교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의 치를 떨게 만들었다. 특히 그 범죄 가운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은 이미 수세기에 걸쳐 관행적으로 저질러진 만행이었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교회가 인류에 대하여 저지른 오래되고 사악한 범죄가 바로 유대인 학살과 마녀사냥이다. 히틀러보다 훨씬 앞서 매우 오래전부터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학살이 되풀이되어 자행되었다. 히틀러는 단지 그 절정을 보여준 것뿐이다.  특히 뷔르츠부르크를 중심으로 한 바이에른 지역은 독일에서도 가톨릭 전통이 매우 강하기로 유명할 정도로 교회의 권위가 신에 버금갔던 역사를 품은 곳이다. 마녀 사냥과 가톨릭 교회의 위선을 잘 보여준 것이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장미의 이름>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숀 코넬리가 프란치스코회의 수사 윌리엄으로 명연기를 보여준 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보다는 책을 권하지만 너무 두꺼우니 시간이 없는 이들은 영화만 보아도 될 것이다.


지금은 그나마 여성해방운동이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되어 여성의 권리를 인권과 연계하여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100여 년 전만 해도 여성은 중세 시대와 별다르지 않은 사회적 박해와 차별의 대상이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투표권조차 없었다. 그래서 서양의 여성해방운동은 여성의 투표권과 참정권 확보에서 시작했다. 그 여정에서 여성은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남성과도 대립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정치가들은 이를 남녀 대결로 몰아가면서 자기들은 뒷전에 서는 꼼수를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국제연합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여성의 권리가 인권에 해당된다는 인식이 확립되었다. 그 이후로 성별만이 아니라 인종, 언어,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반인권적인 것으로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는 대원칙을 거스르는 악으로 규정되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인류는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그 터널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바로 이 아름다운 도시 뷔르츠 부르크에서 사랑의 종교라는 기독교의 이름으로으로 자행되었다.

  

이러한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뷔르츠부르크는 일찍이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부터 근대화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다시 나치 시대에 뷔르츠부르크에서 이번에는 유대인 박해가 자행되었다. 그 대가였을까? 제2차 세계대전 말엽인 1945년 3월 16일 연합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도시의 90%가 파괴되었다. 그래서 현재의 뷔르츠부르크는 이후에 많은 노력 끝에 재건된 것이다.

 

호프가르텐-뷔르츠부르크 레지덴츠


오늘날 뷔르츠부르크는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퇴색했지만 시민의 60% 이상이 기독교인일 정도로 여전히 종교색이 매우 강한 도시이다. 이 때문에 시내의 건물도 성당과 종교적인 의미를 띤 것이 많다.

 

그래서 시내 관광으로 성과 성당만 다녀도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니 적당히 절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뷔르츠부르크만의 음식을 먹고 싶다면 ‘부르그가스트슈테텐’ (Burggaststätten)을 꼭 찾아보아야 한다. 가격이 약간 비싼 것(40~50유로)이 흠이지만 기왕이면 코스요리를 권하고 싶다. 제대로 된 프랑켄 지역의 음식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못지않은 곳이 ‘니콜라우스호프’ (Nikolaushof)이다. 프랑켄 지역만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뷔르츠부르크 시가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주소: https://www.wuerzburg.de/en/index.html)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 도시에 관한 자세한 정보, 특히 무엇보다 호텔에 관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호텔을 저렴하게 예약하려면 이 사이트보다는 할인 혜택이 많은 여러 예약 전용 앱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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