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란

부모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

by DJDJ

올해도 어김없이 구정 연휴가 찾아왔다. 네가 3월에 태어나고 처음 맞이하는 구정 연휴에는 돌잔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주도에 살고 계신 부모님께서 김포로 오셔야만 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부터 구정 연휴와 추석 연휴 중 하나를 택해 제주도에 내려가곤 한다. 시댁과 친정의 밸런스를 잘 맞추기 위해서 나름대로 선택한 방법이다. 네가 어느덧 4살, 다시 구정 연휴가 찾아왔고 우리는 제주도로 향했다. 많이 자란 네가 어느새 비행기의 한 좌석을 차지하고 우리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스러웠다.


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명절이란 나에게는 부모님 곁에서 푹 쉬다 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삶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다. 특히, 남들과 다르게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고향 땅을 밟아야 하는 나로서는 명절의 의미가 더더욱 남다르다. 제주도 출신이라면 아마 이 느낌을 잘 알 것이다. 마치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다가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고향으로 돌아오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1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고향집에 가보면, 거의 은퇴를 한 나의 아버지와 늘 집에서 안살림을 해왔던 나의 어머니를 마주하게 된다. 부모가 된 시간 중 절반은 자식을 보지 않고 지내셨고,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 제주의 부모들 중 하나이다. 이제 부모의 손아귀를 벗어나 자식들 스스로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어가는 상황에 자식들에 대한 짐을 상당 부분 내려놓으셨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손주들도 훌쩍 자라서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칭호가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린 삶이라 모든 것을 경험하고 난 것 같은 마냥 편안한 황혼의 나날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식들의 교육이니 취업 걱정이니 하는 것들은 이제 먼발치에 던져두고 매일매일 하시고 싶은 일들을 하며 노후를 보내면 되는 시기라고 짐작되었다. 고향집에 가면 그런 편안함이 느껴졌었다.


그러나 부모가 되어 보니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부모는 눈을 감을 때까지 자식에 대한 걱정이 커져만 가는 존재이다. 가정을 꾸린 자녀들이라고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모 노릇은 잘 하고 있는지, 경제 상황은 어떠한지 늘 걱정이 되셨고, 아직도 중, 고등학생 자녀들 대하듯 나무라고 잔소리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막상 고향에 가보면 부모님 나름대로 바쁘셨고, 나름의 커뮤니티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어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은 삶을 살고 계셨고, 처자식을 데리고 가도 예전에 하던 나의 부족함에 대한 걱정과 잔소리는 늘어만 갔다. 그래도 나는 그게 싫지 않다. 언젠가는 너무나도 그리워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쉼 없이 돌아가는 것인가 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하루하루를 만드느라 매 순간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그들을 통해 삶의 물레 방아는 다시 돌아간다. 신은 질문하는 자이고,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들이 찾는 것이라고 했던가... 의지에 따라 인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누구든 말한다. 그런 의지를 갖기 위해 원대한 목표를 갖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하며 경쟁하며 살아간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목표를 이루어야 성공한 인생이 되며,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올바른 부모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인생이기에 무엇인가에 홀려 모두들 그렇게 출근길에서부터 노력하고 회사에서는 경쟁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


하지만, 아빠는 너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고 싶다. 현실과 환경에 치여 진정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 쉼 없이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지어다. 나만의 템포를 가지고 원하는 박자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다.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온다. 이번에 놓치면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지는 것이 아니다. 이기는 것을 미뤄두는 것일 뿐이다. 승리할 수 있는 전투는 다음에도 찾아온다.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을 해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자신의 마음에서 외치는 진짜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 가끔씩은 너의 소리에 스스로 귀를 기울이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여유로울 줄 아는 사람은 평온하고, 자신만의 박자를 지킬 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한 춤을 출 수 있다. 나의 심장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항상 지금 나의 심장은 어떤 속도와 세기로 뛰고 있는지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 어떤 박자가 나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지 알게 된다. 현정이는 그런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남의 속도가 아닌 나의 템포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그런 사람.


매번 명절이 돌아와 부모님 곁을 찾아가 편안하고 마음의 여유를 얻어오는 나처럼 나 또한 너에게 그런 아버지이고 그런 부모이고 싶다. 너만의 삶의 속도를 되찾고 너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의 템포를 찾아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될 수 있는 넉넉함과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그런 곳이 아빠, 엄마와 함께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거다. 언젠가 이 글을 보고 지금의 너의 삶을 돌아보며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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