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하늘에 나무는 정적이야
그대로 멈춰 선 땅 위로 뿌리를 박고
지구의 속도 딱 그만치 도는 것이다
나는 반대로 뛰면서도 바로 서지 못하는
하찮은 미물로 숨을
들이다가 내 쉬었다 하는 것이야
하늘에 혈관을 뻗고 나무는
이따금 바람을 맞아
까딱까딱 저어질 하며
뿌듯한 나이테를 내보이는 것이지
나는 그 몸짓을 흉내 내다 척추가 부러진
죽어진 별 행세를 한다
반길 이 없는
짧은 독백이어라
정말, 끝도 없이 외로이
영영 죽은 형태로 추한 꼴의 소리꾼
자꾸 명을 재촉하네, 내 젊은 사람아
청년의 핏줄을 잘라먹는 거인
나는 주저앉아 눈물만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