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세요
그러다 한 번은 조금 특이한 의뢰가 들어왔어. 의뢰 방식은 비슷해. 타인의 감정을 알고 싶다는 것. 그런데 주로 연인이나 가족이 의뢰 대상이었다면 이번 의뢰 대상은 조금 동떨어져 보였어.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거든.
보통 의뢰는 온라인으로 받아 진행하는데 그 의뢰인은 선금을 먼저 보내더니 오프라인 미팅을 제안했어.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는 게 싫어서 직접 의뢰 내용을 전하고 싶다고 그러더군. 선금을 꽤 두둑이 보내서 거절할 이유도 없었어. 일부러 서울의 번잡한 카페에서 미팅을 잡았어.
의뢰인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어. 나이는 40대쯤 됐으려나. 그런데 그것도 확실치 않아. 요즘 사람들 본래 나이보다 적어 보이잖아. 그래서 알쏭달쏭한 얼굴이었어. 30대일 수도, 40대일 수도, 50대일 수도 있었지. 얼굴은 오래 보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평범하고 흐릿했어.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평범은 일종의 연기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 평범해 보이기 위해 어떤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너무 자주 사용한 나머지 자기 얼굴이 된 게 아닐까? 필요할 때 페르소나를 꺼내 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체에 설치한 것처럼 말이야. 그런 얼굴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심하게 만드니까. 정말 안심했어. 평소와 다름없는 의뢰라고 믿었으니까.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그렇고 그런 의뢰. 남자의 의뢰는 어떤 아이의 현재 감정을 읽어달라는 거였어. 남자는 조심성이 많은 걸까? 예상보다 그리 대단치 않은 의뢰에 나 잠깐 김샜지 뭐야.
의뢰 대상은 열두 살 남자아이였는데 남자의 거주지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의 소도시에 살고 있었어. 단순히 전처의 아이거나, 혹은 옛 연인의 아이를 자신의 핏줄로 짐작하는 사연이라고 생각했지. 아이의 간단한 정보를 넘겨받았고, 나는 아이의 거주지 근처로 이동했어. 미성년자다 보니 조금 까다로울 것 같아 근처에 숙소도 잡았어. 그 정도는 비용으로 청구하면 되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