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막뚱이 Oct 22. 2023

오손조손 여행기-우당탕탕 첫 가족여행

여행의 계기

어느 날 가족여행이 우리 삶에 등장했다


우리에게 ‘가족여행’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책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여행이 우리 삶에 등장했다. 어느 코로나가 삶의 일부가 되어가던 2021년 가을, 어떤 작고도 강력한 계기로 우리 가족도 가족여행이란 걸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닭 직장 지원 덕분에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돈의 슬픔과 기쁨이다) 할머니 삶에서 집을 비우는 일이란 나와 닭이 어렸을 때까지 같이 갔던 할머니 친정집 제사밖에 없다. 그렇기에 여행은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돈)가 있어 막연한 꿈과 같았던 가족여행이 현실이 됐다.


처음인 만큼 신중하게 준비했음에도 정말 우여곡절 많았던, 하지만 돌이켜 보면 즐거웠던 장면이 먼저 마중 나오는 우리 가족 첫 번째 공식 여행지는 전주다. 처음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할머니와 함께 하는 여행인 만큼 여러 요소를 고려해 신중하게 여행지를 골랐다. 여러 후보지 중에서 고민하다가 전주는 1) 기차로 갈 수 있고, 2) 내가 동기 모임으로 전주에 가본 적이 있던 터라 조금은 익숙했고, 3) 무엇보다 할머니가 “전주? 전주 알제, 양반 도시라”라고 솔깃해하셔서 첫 여행지로 정해졌다.



가족과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여행 가방 끈은 내가 제일 길었다. (사실 닭은 아직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나는 대학 생활 하는 동안 감사히 서울쥐가 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닐 기회가 많았었다. (우리 가족 중) 여행 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고, 첫 여행인 만큼 출발 전부터 꼼꼼히 계획을 짰다. 나 혼자 가는 여행은 혈혈단신이라 준비가 간단했지만,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은 신경을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가족 여행 중에서도 할머니를 동반하는 여행이었기에 고려할 것들이 많았다.


우선, 할머니는 오래 걷는 걸 힘들어하신다. 최대한 걷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뚜벅이, 택시를 이용한다고 해도 관광지 안에서 걸어 다녀야 할 일이 있기 마련이다.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러다 생각난 비장의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휠체어.


휠체어는 그때까지만 해도 타본 적도 사람을 태워본 적도 없는, 낯선 물체였다. 유모차 대여는 많이 본 것 같은데 휠체어도 과연 대여해 줄지 반신반의하면서 찾아봤는데, 검색 결과 생각보다 많은 관광지에서 휠체어를 대여해주고 있었다. 남일이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내가 빌리는 입장이 되니, 대여가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동아줄을 잡는 것 마냥 감사했다. 1박 2일의 여행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거길 다 다녔나 싶을 정도로 나름 알차게 준비한 일정은 1. 수목원 2. 전주 한옥마을 3. 남원 광한루. 잘 걷지 못하시는 할머니와 함께한 뚜벅이 가족의 우당탕탕 첫 여행기, 옥신각신과 깨달음과 은은한 현타가 함께 했던 여행기의 기억을 풀어보고자 한다.


이전 15화 오손조손 여행기 - 여수 2, 환대의 기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