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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시 Apr 08. 2024

비혼주의자

"결혼은 고도의 사회학적 행위다." - 막스 베버

 

 “결혼(結婚, marriage) 또는 혼인(婚姻)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의례이자 계약을 일컫는다. 사회적 구속력을 가지기에 동거나 연인 관계와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

 “결혼을 하면 기혼자(남자는 유부남, 여자는 유부녀)로 전환하게 된다. “

  사전적 의미의 결혼. 사회적, 의례, 계약, 구속력. 전부 나의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인간 사회에서는 결혼을 통해서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생기고 출산까지 하게 되면 미래를 이끌어나갈 한 명 이상의 인력이 생기기 때문에 예로부터 매우 중요시되었다. “

내 생각엔 현재 사회의 최소 단위는 ‘개인’이다. 자유와 권리에 대한 개인의 힘은 강해지고 있고 세계가 통일하지 않는 이상, 세계화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개인의 욕구에 대한 표현,

자유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은 더 커질 것이다. 즉, 국가를 위한 새마을 운동 같은 일들은 앞으로 벌어지기 힘들 정도로 개인이 중요해진 세상이 된 거다.


 근본적으로 결혼이란 제도는 인간이 사회라는 것을 구성하면서 만든 제도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는 사회적 자각? 맞는 말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하지만 간간이 들리지 않는가.

신호등을 앞에서 서 있어도 옆사람들의 대화에도 어렵지 않게 들리는 말이다.


“둘이서 더는 못 살겠다.”

”혼자일 때가 편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때가 있었지만, 얘기가 달라졌다.

내가 원하는 말을 알아서 해주는 인공지능, 누군가에게 미안할 부탁이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첨단 기술.

나이가 들었을 때가 걱정이 되는가?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복지 문화가 있을 것이니 그건 50년 뒤부터 고민해 보기로 했다.


 존경하는 플라톤은 본인의 마지막 저서 '법률'에서 “35세가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는 어른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법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작 플라톤 자신은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렇듯 이런 사상을 가진 나에게 결혼을 하라는 건 국민으로서 도리를 하라는 말이지,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욕구 실현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소리로 들렸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유롭고, 모험을 추구한다. 즉, 내적동기를 추구하는 성향이다. 내가 납득이 가야 행동에 옮긴다. 누가 억지로 시키면 더더욱 안 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일만 선택한다.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는 다른 자아를 입혀 생활하고 그 부분에서 만족스럽게 그럴듯하게 잘 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며 비위를 맞추고, 눈치도 봐가며.


 온전한 나와 사회적인 나, 60 :40의 비율정도. 이 두 개의 자아로도 나는 충분히 벅차다. 오히려 온전한 나의 자아에게 집중해주지 못하고 사랑을 쏟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은 인생의 황금기이니 캘 수 있는 황금을 열심히 캔 뒤, 나중에 100%로 올인해 줄 계획이다.

전 세계를 홀로 배낭여행하며 그 나라, 그날의 냄새와 순간을 가지고 시를 쓰는 은발의 허리 꼿꼿한 할머니. 나의 인생 목표다. 근데 그 계획을 나눠야 할 대상을 찾으라고?

세계관이 뒤틀리는 소리다. 그렇기에 결혼은 안 하려는 거다. 나와 100% 닮은 사람이 없을 건데, 나의 모험지도에 말판을 올려 함께 하겠다고?

일부의 희생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주사위에는 나의 책임이 따르는 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바뀐다면…

그 죄책감은 평생의 벌이 될 것 같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부모님에게 이것을 설득하는데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이해시키고 속 안 썩이는 것도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몇 차례 의료사고를 겪으며, 온전한 자아를 챙기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해졌다. 내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해졌다.


그렇기에 나는 비혼주의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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