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 뒤에 찾아오는 죄책감, 나는 왜 그랬을까
혼자 놀다 식탁 위에 올려둔 작은 컵을 떨어뜨린 아이를 향해,
"제발 좀 조심해!”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너무도 날카롭고 거칠었었다. 작은 실수였을 뿐인데, 나는 그 순간 참지 못하고 감정을 와락 쏟아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 마음이 북받쳐 오른 듯, 어깨가 들썩일 만큼 크게 울기 시작했다. 우는 아이 모습에 머릿속은 하얘졌고,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왜 나는 그 순간 “괜찮아?”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렇게 화를 내버렸을까?
지난 육아 읽기 속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날의 나는 아이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날의 나는, 그 순간의 나는!
그날의 나는 이미 지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를 돌보지 못한 채 그냥 하루를 버티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밤새 뒤척이는 아이를 보며 몇 번을 깼었고, 눈뜨자마자 아이 밥 먹이고 치우기를 반복했다.
돌봄의 무한 반복 속에서 나는 나를 잠시도 돌보지 못한 채 그저 ‘버티는 하루’를 살고 있었다.
아이의 실수는 단지 하나의 계기였을 뿐!
내 안에 쌓이고 눌려 잠겨 있었던 '피곤함, 억울함, 외로움, 그리고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지’라는 자기비판 등...
이 모든 감정들이 한순간에 넘쳐버린 것이다.
나의 육아일기 마지막 문장은 대부분 이런 말이 쓰여있다.
"아빠가 참지 못해서 미안해.”
그 문장에는 언제나 미안함과 후회,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뼈아픈 비난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내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애써 외면하면서 보지 않고, 억눌러온 나의 태도였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날들이 많지만 오늘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화내고 후회한 날의 감정은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였고, 스스로에게 도움을 청하는 말 없는 외침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신호를 무시한 채 살아간다면, 나는 또 작은 상황에서도 폭발하듯 터져버리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과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나는 왜 화를 냈을까?"
"그 감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는 지금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화난 나도, 후회하는 나도 결국 ‘나’다.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안아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조금 더 '나 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감정 코칭 질문
“그 순간의 분노는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내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