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환자이면서 ADHD
나는 꿈을 꾼다. 남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을... 꿈을 꾸지 않고 현재를 살았다면 이미 이루었을 것 들이다. 이건 공식이라는 걸 이번 진료에서 알게 되었다. '꿈을 꾸는 시간에 현재를 살아라' 이 문장의 오류는 발견하게 되면 다시 적어보도록 하겠다.
오후에 오전의 일을 생각하고 아침에 어제의 일을 생각하고 한낮에 1년 전을 생각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오늘 진료에서 선생님께 많이 좋아진 상황과 집중력이 좋아져서 그런 건지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씀드렸는데 평온함은 현재를 사는 것에서 온다고 기분 좋음은 현재를 사는 걸 반복할 때 유지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현재를 살아라' 한때 유행하던 동기부여 영상의 썸네일에서 본듯한 문장이다. 정신과에서 의사들이 운동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산책을 권유하는 이유가 현재 지금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난 조만간 정신과 홍보대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까지는 내 안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감정이 1점부터 10점이라면 현재 몇 점이냐고 물어보셨다. 1은 극심한 우울감 10은 황홀감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내가 기분이 좋아 보였나 보다. 나는 4에서 5라고 말씀드렸다. 5에서 6이 아니라 4에서 5냐고 반문하셨다. 사실 6을 말씀드리려고 했다. 그러나 10이 황홀감이라면 6은 아니다. 나는 5가 조금 안 되는 지점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멍하니 있을 때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진료에서는 또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성인 ADHD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진료를 마치려는 말미에 말씀하셨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진료시간을 훌쩍 넘겨서 너무 죄송했지만 궁금했다. 어렸을 때 발병하는 건지 유전인지 성인이 되어서 발병하는 건지 여쭈었다. ADHD는 5살 무렵 발병이 된다고 한다. 그때 발견을 못하다가 그대로 성장해서 성인이 되어서 발견하는 게 성인 ADHD라고, ADHD는 공통적으로 꾸준하게 못하는데 한 분야에 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공부할 때만 꾸준하지 못하고 게임할 때 꾸준하게 한다면 그건 ADHD가 아닌 것이다. 난 과연 ADHD 일까? 사람들이 볼 때 산만할까? 생각해 보니 난 산만하다. 그런데 조금 억울하다. 의사 선생님께 두 팔로 원을 만들어 보이며 나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드렸다. 나는 원이 일해야 하는 총량이라면 한 번에 마무리되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야 일의 효율이 있고 에너지를 아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원안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시작한다고 했다. 해결해야 할 일이 ABCDEFG라고 할 때 다른 사람들은 A부터 차근히 일을 클리어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나는 ABCDEFG 모두를 동시에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원안을 가득 채워 모든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고 내가 가장 빠르게 일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말이다. 가장 빠르게라는 것은 남들 보다 빠르게 이다. 나는 어쩌면 지나친 승부욕이 있거나 지고 싶지 않은 감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차 진료를 해가며 알아가보자고 말씀하셨는데 난 내가 ADHD가 아니라는 증거가 꽉곽 채워진 상자를 뇌에서 꺼내 보여드릴 예정이다. ADHD 여도 상관없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냥 지금 살아있음 현재를 살고 있는것이 기적이다. 일의 시간을 줄였다. 부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조금씩 힘이 차오르고 있다. 노동의 시간을 줄이고 부채를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할 시간이 필요했다. 운동은 주 2회를 유지하고 주 1회 새로운 걸 배우는 시간도 추가했다. 산책의 시간은 따로 내진 못하지만 일하는 곳을 걸어갈만한 곳으로 바꿔서 출퇴근 시간에 걷는 걸 산책이라 하려 한다. 난 나아질 것이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어둠의 곳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긋지긋하다. 그런데 내가 만약 ADHD 라면 정말 다행이 아닌가? 우울한 삶을 꾸준하게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