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자라면 행복한 거라고

엄마가 말했다.

by 새벽숲

손톱을 보니 길다. 쭈그리고 앉아 손톱을 자른다. 손톱을 자를 때마다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는 손톱이 긴 건 행복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손톱은 그냥 자라는 거 아닌가?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손톱을 자르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냥 좋았다. 단백질섭취가 어려운 시절을 지내오신 엄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고 손톱이 자라면 그래서 행복해하시나 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손을 자주 쓰는 일을 하면 손톱이 자랄 틈이 없는데 쉼을 가지므로 손톱이 자랄 새가 생기니 행복과 연결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되기도 한다. 손톱을 자르며 행복을 생각하다가 샤워를 하고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간다. 선생님께서는 늘 너무 친절한 어조로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봐 주신다. 처방전만 주고 마는 공장 같은 병원이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동안 우울했다고 했다. 조증과 우울증의 중간을 맞춰가는 과정이라서 조금만 지켜보자고 하셨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건 너무 고된 일이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피곤한태로 일주일을 보냈다. 익숙해지겠지 생각하다가도 내가 너무 무리한 선택을 했아. 나는 왜 또 그런 걸까 자책하다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아침을 맞이했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우울할 시간이 없었다. 새로운 걸 공부하는 건 너무 피곤하지만 즐거운 일이다. 해내고 싶었고 재미있었다. 손톱은 또 자랐다. 난 손톱이 자라는 걸 못 견뎌한다. 습관적으로 얼굴을 만지고 귀를 파는데 손톱은 너무 날카롭게 느껴진다. 짧은 손톱이 좋다. 요즘 두유를 자주 먹어서 그런지 손톱이 잘 자라는 기분이다. 또 병원에 갈 시간이다. 학원 과제를 하느라 4시간도 못 자고 6시 반에 재택근무를 한 시간 하고 씻고 학원에 간신히 가서 온 에너지를 쥐어짜고 병원에 갔다. 학원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인데 점심시간이 없다. 너무 하드코어스케줄이다. 학원로비에서 파는 디카페인 커피를 사고 근처 편의점에서 빵을 사서 때운다. 지쳤다. 우울하다기보다는 지쳤다. 선생님께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지금의 나의 상태를 만족해하셨다. 전에 기분이 좋아 보였던 나는 조증이었다고 단정하신다. 조증이었기 때문에 반동으로 우울해진 거라고 말하신다. 선생님은 전문 가니까 맞겠지. 지금 나의 상태가 정상인가? 무미건조한 상태 어젯밤도 약을 먹지 않았다면 잠을 안 자고 학원 숙제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조증을 구별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말이 빨라지는 것과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난 조증은 아닌 게 확실하다. 말도 느려졌고 잠을 안 자면 피곤하다. 이번주말에도 내내 숙제를 해야 하겠지... 내가 선택했으니 해야겠지... 즐거우면서도 피곤하다.. 죄책감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이 모든 원인은 죄책감이 아닐까. 잠을 24시간 자고 싶다. 그런데 공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하루만 하루만 쉬자... 제발.... 충돌한다.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다. 내일은 오랜만에 동생이 온다. 그래서 집청소를 해야 한다. 쉴 수 없다. 맙소사 젠장... 그러나 동생을 보는 건 반갑다. 그리고 덕분에 청소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요즘은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이불을 꼭 싸매고 잠에 든다. 그런데 창문을 닫는 건 답답하다. 눈을 뜨자마자 온 집안의 문을 연다. 오늘 미뤄두었던 일 한 가지를 해결하였다.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죄책감이 들었다. 스스로를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칭찬했다. 드디어 끝을 보았다. 잘했다. 잘했어. 칭찬한다. 칭찬해. 이제 병원에 2주에 한 번이 아닌 한 달에 한 번으로 간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바로 병원에 오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지금의 내 상태가 무척 맘에 드는 것 같았다. 나는 단지 피곤해서 기운이 없는 건지도 모르는데 얘기하지 않았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너무 졸리다. 자고 싶다. 요즘 AI공부를 한다. 만들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예전의 나라면 상상의 끝을 가고 이미 사업자를 내고 실행에 옮겼겠지만 지금의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그냥 공부한다. 크게 시도하지 않는다. 작게 시도한다. 강사님 말을 잘 듣는다. 그냥 그 정도만 한다. 이게 내가 맞냐 질문할 기운도 없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졸리지만 자고 싶지 않은 것 반갑지만 반갑지 않은 것 손톱이 자라면 행복하지만 손톱이 긴 게 싫은 것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인 것을.. 난 아이처럼 다시 배운다. 뇌의 반쪽만 사용햐서 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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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