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사라진 걸까
두유를 마시며 춤을 추었다. 사이트를 만들었다. 매일 숙제를 다 해낸다. 이게 조증이 아니라면 정말 다행인데 조심스럽다. 춤이라니? 미친 자아가 찾아오는 기분이 든다. 기분이 좋으면서 불안하다.. 잠깐만 지금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약을 빼먹은 적이 없는데. 내 기분은 왜 점점 올라갈까… 잠을 제대로 안 자면 피곤하다. 그러므로 조증이 아니다. 그런데 피곤해도 무언 갈 한다. 정상인가? 춤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세 번 더 췄다. 집은 여전히 더러웠다. 동생이 또 온단다. 대청소를 했다. 블로그에 정신건강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기록해나가고 있다. 그러다가 사이트까지 만든 것이다. 아직 완성은 아니다. 방구조를 바꾸었다. 언제나 제일 재미있는 일은 방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매장 인테리어도 셀프로 했었다. 주변에서 의뢰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랬었다. 난 우울증이 없어진 걸까? 꿈에 대학시절 한 오빠가 나왔다. 잘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복학하고 첫 수업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들어오는 모습을 2층 실기실에서 쳐다보았는데 그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난 우울증이 사라진 걸까? 채소가 먹고 싶다. 그런데 매번 사놓으면 이내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서 다시 살 엄두가 안 난다. 시들해져 썩어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채소의 시체를 매번 치우는 일은 못할 짓이다. 과일을 먹어야겠다. 과육이 단단하고 오래 두어도 되는 과일을. 식욕이 좋아지고 있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 걸까?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게 귀찮다. 누가 정해줬으면 좋겠다. 바나나를 먹었다. 그릭요거트를 먹었다. 라면을 먹었다. 황태계란국을 먹었다. 김밥을 먹었다. 우울증이 없어진 걸까?
10시 퇴근을 했다. 오늘 일이 많았다. 퇴근을 하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사이트를 손본다. 어쩌면 잠을 안 잘지도 모른다. 난 또 집중하고 매몰된다. 주말 동안 완성하기로 스스로 결심한다. 주말 동안 2가지 일을 해야 한다. 나의 목표이다. 요가는 또 못 갔다. 사이트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다. 난 무언갈 만드는 걸 좋아하나 보다. 전기에 기대 사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했던 인간은 지금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전기는 어딘가의 숲을 파괴하고 어딘가의 인간성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간다. 전기에 기댄다. 너 따위 없어도 된다고 외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소설을 쓰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사용하던 노트는 사라졌고, 모든 글을 저장했던 노트북도 사라졌다. 나는 다시 시작한다. 다시 시작해도 자신 있었다. 늘 아이디어와 문장은 넘쳐났었으니까 전전긍긍하지 않았다. 과거의 이야기이다. 이젠 문장하나에 절절맨다. 아이디어는 사라졌다. 나는 사라져 간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나인 것 같지가 않다. 음악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꿈속에서 날아다니는 것으로 부족하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도 너무 미운 사람도 없다. 그렇게 나는 사라져 간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삶 속에 파묻힌다. 슬프지는 않다. 슬프다는 감정도 사라졌다. 나는 사라져 간다. 이렇게 뼈마디가 느슨해지는 것처럼 나의 세포들은 느슨해져 공기에 귀속된다. 나는 점점 사라져 간다. 춤을 추며 공기 속으로 먼지처럼 사라져 간다.
거짓말.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졸린 거다. 나의 손이 나의 얼굴을 나의 뇌를 나의 머리를 찓는 상상을 한다. 정신 차리라고 찢으며 외친다. 소리는 코 안쪽 깊은 곳에서 나온다. 나의 뇌는 애벌레처럼 조각조각 움직이다가 어딘가로 사라진다. 오늘 약을 먹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깜빡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또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사이트를 만든다고 뚝딱거리다가 출근시간이 되어 버렸다.
소설을 쓰고 싶었다. 사이트를 만드는 동시에 소설 초안을 만든다. 1년짜리 계획이다. 우울증 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상상만 하다가 끝나는 일을 요즘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사라진다고 하는 걸까. 나는 진짜 사라지고 있다. 당연한 것 육체의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서서히 사라져 간다. 당연한 이야기를 멍청하게 반복한다. 멍청하다. 그리고 소설의 첫 문장은 어리석은 인간이 하나 있었다.이다. 어리석고 멍청하고 오만한 인간 그의 사라져 가는 이야기
춤을 추던 우울증 환자는 다시 오지 않았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