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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좋아하는 엄마

아이가 바라본 나의 모습

by 코코

불렛저널 쓴 지 3개월 차가 되었다. 3일간의 연휴로 약간 느슨해지는 위기도 있었지만 작심 삼 개월 차가 되었다. 정말 뿌듯하다.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쨍한 분홍색 표지의 불렛저널을 펼치고 파란색 젤펜으로 하루의 계획을 쓰고 확인하는 나의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는 글자를 좋아해."


'독서를 좋아한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 '책을 좋아한다', '메모하는 걸 좋아한다', '쓰는 걸 좋아한다'가 아니라 '글자를 좋아한다'라니. 나의 뇌는 잠시 멈춰버리고 말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신한 표현이었다. 열심히 글자를 쓰고 글자들로 가득한 책을 읽는 내가 아이에게는 '글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실로 나는 조용하지만 팔딱팔딱 뛰는 글자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러 문구를 예쁜 노트에 옮겨 적었던 일, 나의 생각들을 글로 짤막하게 표현했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핸드폰 배경화면에도 글을 적었다. 포토샵 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나에게 '글그램(사진 위에 글을 기록할 수 있도록 편집해 주는 어플)'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내가 수많은 책들로 빽빽하게 채워진 책장만 봐도 설레고 가슴 뛰는 이유는 그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글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자'들이 어떤 생생한 이야기를 내게 전달해 줄지 기대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글자'에 관심을 가질 때 '한글'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글자'들로 가득한 책의 즐거움을 아이에게 하루빨리 알려주고 싶지만 아이가 원할 때만 책을 읽어주고 아이의 주변에 책을 가만히 두기만 한다.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야만 지속적으로 행할 수 있다는 경험적 확신이 있어서다.


아이와 함께 '글자'를 좋아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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