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만 하면 좀 어때
요즘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치열하게 살기’에 빠져있다.
본업과는 거리가 먼 투잡을 하거나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퇴근 후에 알바나 부업을 한다. 잠을 좀 덜 자면 된다며 스스로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 젊었을 때 열심히 벌어야지, 어느 세월에 1억 모을래? 너 그래서 언제 결혼하고 집 살 거야? 너 이렇게 살면 늙어서 고생해. > 과거 욜로족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소위 말하는 "경제적 자유로움"을 얻으려는 삶에 동의한다. 돈은 절대로 전부가 아니고 전부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조금도 대비하지 못한다면 과연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N잡러와 미라클모닝, 무지출챌린지가 트렌드화 된 요즘에는 1인분 어치의 삶이 충분한 사람마저도 좀처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 더 노력했어야지, 얼른 일어나, 뒤처지기만 할 거야? 약한 소리 하지 마. > 주변 지인들이건 매스컴이건 사회적 시선 앞에서 1인분도 버거운 사람은 그저 도태된 인간일 뿐이다.
정말 이게 정답일까? 나는 사람의 일생에도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믿는다.
자기 커리어를 하나씩 채워 가는 사람들, 재산의 몸집을 키우는 사람들, 또래보다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에게 적게는 하루, 길게는 평생 동안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자극제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의 체력과 역량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남들과 같은 페이스로 달릴 수 없다. 나만의 페이스로 달린다고 해서 그 누구도 나에게 틀렸다고 나무랄 수 없다. 달리던 중에 바닥에 핀 들꽃 사진을 몇 장 찍고 잠시 숨을 돌리는 것도 온전히 내 선택이다. 만일 자신의 길이 아님에도 온 힘을 다해 뜀박질을 했을 때 그 멋들어진 일이 내 적성과 맞지 않거나 진정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다시 되돌아갈 힘이 남았겠는가. 돌아가는 길에 쓰러져있는 동료를 보고 나도 풀썩 주저앉고 싶지 않겠는가.
시간만큼이나 아껴 써야 하는 게 체력이라면 1.5인분만큼만 해내도 시계는 충분히 빠르게 흘러간다. 또 1인분만 하면 좀 어떤가. 그 누구도 뭐라 할 자격은 없고 설령 뭐라 한들 그건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마음의 소리일 것이다.
3인분의 삶을 택한 당신도, 1인분의 삶을 택한 당신도 오늘 하루 충분히 잘 버텼다.
어떤 일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가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 지, 어떤 속도로 다가갈지 스스로 결정하는 태도다. 지금 누리는 행복만큼만 욕심내도 된다. 조금도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다다르는 일, 그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