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청춘은 안녕한가요

행복한 청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by 애나

청춘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청춘은 60부터’라고 부르짖는 분들도 계시지만 내게 와닿는 진정한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는 20~30대 초반인 것 같다. 좀 살았다면 살았고 아직 살날이 더 남았다면 남은 애매하게 나이 먹은 내가 돌이켜볼 때 가장 활기차고 반짝반짝했던 시기, 그때를 청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내가 20대를 시작한 때 갑자기 국가의 경제가 무너졌다. 다들 힘든 시기였지만 다행히 표면적으로 나에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내가 원했던 학교와 과는 아니었지만 대학에 들어갔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냈다. 늘 붙어 다녔고 매일이 시트콤 같아서 지도교수님이 진지하게 너희들은 매일 보는데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고 즐겁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런 20대에 누군가 나에게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친구들과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일이라고 말한다. 떠나기 한 달도 전부터 지도를 펴 놓고 방문할 모든 나라의(11개국 정도) 동선을 정하고 쓸 돈을 계산하면서 즐거웠고, 여행을 가서는 매일 새벽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밤늦게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곯아떨어지기 일쑤였지만(심지어 어디든 줄 서서도 잠들 수 있었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추후 다시 유럽에 갔을 때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그 시절이 아니었다면 절대 다시 하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20대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당연히 Yes일 것 같지만 사실 No다. 그 이유는 반짝반짝한 좋은 기억들의 뒷면에 자리한 많은 갈등과 번뇌 때문이다. 당연히 진로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걱정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때 나의 결정은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었고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인생의 큰 줄기를 결정하면서도 치열한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나의 준비와 마음 가짐은 미흡했고, 나는 유학에 실패했다. 물론 그 실패는 뼈 아팠지만 내 인생 전체로 볼 때는 내가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경험 중 가장 큰 두 가지 모두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도전들을 수월하게 시작하고 힘들었던 시간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때의 ‘내가 청춘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역피라미드가 형성되다 못해 뿌리가 없어져가는 대기업이었고,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같은 경영악화를 빌미로 신입사원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곳이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라 더한 면도 있었다) 따라서 소위 말하는 Gen Z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는데, 휴직을 하고 여기저기 기웃대다 보니 여러 상황의 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모든 청춘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가 만났던 아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본인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거나. 자의식이 강해 본인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부류는 내가 가장 극혐 하는 사람들이기에 언급하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젊은 꼰대라고 생각함)


하지만 본인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때는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가슴을 채우다 못해 목구멍에서 튀어나오기 직전이 된다. (물론 대부분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아직 늦지 않았으니 여러 가지를 도전해보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기에 내가 모두를 대표할 순 없지만 그때의 나는 무엇이든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와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졸업할 시기가 되었고, 취업을 하려고 해도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던 때.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어디에 들어가고 싶다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너무 튀지 않고 적당히 안정적인 선에서 타협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적당한 선을 위해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을 했을 때의 나는 20대 중반에서 후반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어야 할 시기였다. 물론 모든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했던 선택 덕에 나는 경제적 안정을 얻었고 나름 일에서의 성취도 맛보았으니까. 하지만 결국 지금에 와서 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같은 가정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때 나에게 위와 같은 말들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가끔 하게 된다. (물론 내가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을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식상한 말이지만 지나간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구절 따위 귀담아듣지 말고, 후회 없이 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청춘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만 할 수 있는 도전을 많이 해보길 바란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인생 전체에 있어 분명 귀중한 자양분이 되고 행복해지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얘기만 지껄이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청춘들이 그들의 반짝반짝한 시기를 잘 현명하게 보내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불행한 어른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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